[기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넘어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입력 2026-07-15 17:44   수정 2026-07-16 00:08

[기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넘어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유달리 ‘사상 최초’,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수출은 1~4월 기준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5위에 올라섰고, 경상수지는 1~5월 실적만으로 역대 최대 흑자였던 지난해 연간 성적을 이미 넘어섰다. 1분기 실질성장률은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를 토대로 OECD에 이어 한국은행, IMF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잇달아 올려 잡았고 정부는 3%를 제시했다.

역대급 지표에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첫째, 반도체 호황으로 넉넉해진 세수를 어디에 쓰는 것이 효율적인가. 둘째, 반도체가 이끄는 성장세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셋째, 그 이면에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아닌가. 며칠 전 발표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는 이 물음들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 담겨 있다. 다만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내는 유인과 결과다. 이번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몇 가지 짚어본다.

첫 번째 물음에 대한 해법은 적극적 재정 운용이다. 정부는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을 통해 청년세대, 성장동력, 지방, 인재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추가세수를 당장의 부채 상환보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방향성은 옳다. 관건은 얼마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쓰느냐다. 재정승수가 큰 분야로 정교하게 조준된 투자를 기대한다.

두 번째 물음에 대한 해법은 초격차 성장동력 육성과 지방주도 성장 강화다. 정부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5극3특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을 통해 지방을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성장 엔진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은 반도체·수도권 편중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올바른 문제의식에서 나온 처방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권역별 여건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지방의 성장동력이 확충되길 바란다.

세 번째 물음에 대한 해법은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에 관한 대응이다. 핵심은 청년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20만명+α’규모의 청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취업과 창업으로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는 자산 형성과 주거, 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첫 단추다. AI로 고용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지금 청년의 첫 단추를 끼워줄 때 비로소 반도체발 호황은 ‘모두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된다.

반도체를 ‘자원’에 비유하며 한국 경제가 ‘자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원의 저주란 새로운 자원을 개발한 국가가 일시적 호황을 누리지만 장기적으로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 부문에 의존할수록 자원 가격 부침에 경제 전체가 출렁이고, 호황기의 풍족한 곳간은 구조 개혁의 절박함을 무디게 한다.

그러나 저주는 자원이 아니라 자원을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호황기의 세수를 미래에 투자하고, 성장의 축을 넓히고, 그 과실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나라는 저주를 축복으로 바꾼다. 더구나 반도체는 땅에서 캐낸 행운이 아니라 이 나라가 인재와 기술로 일군 자원이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몇 년 뒤 무슨 결과로 돌아올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 오늘 대한민국의 선택이 대도약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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