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도 시간은 파도처럼 흘러간다. 6월 지방선거 후 서초구청에 돌아와 어느덧 달력 한 장을 훌쩍 넘겼다. 돌아온 구청사에서는 든든한 동료들이 민원대와 청사 방호, 환경미화 등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외부 행사를 마치고 구청 1층 로비를 지나는데, 누군가 “구청장님! 구청장님!”하고 유독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바로 늘봄카페 서초구청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청년의 뭉클한 환영이었다.구청사와 공공시설 등 서초 곳곳의 늘봄카페에서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우리 일상에 함께한다. 특히 구청 1층의 늘봄카페는 커피 맛도 좋고 서비스도 정성스러워 늘 직원과 민원인으로 북적인다. 정성껏 내린 커피를 건네며 단골손님과 소통하는 바리스타의 모습에서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세상’이 우리에게 공기처럼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이곳이 바리스타에게 평범한 삶을 일구는 소중한 일터로 오래도록 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몇 해 전 방문한 서초구 장애인종합복지관 한우리정보문화센터의 연습실 풍경이 아직도 선명하다. 시설 이용에 어려움은 없는지 둘러보다가 마침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가 리허설 중인 연습실에 초대받았다. 2017년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인이 정규직 단원으로 채용돼 전문 연주자로 활동한다.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다양한 악기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절묘한 화음을 이루듯, 단원들은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강한 울림을 줬다.
그날 내 마음에 또 다른 울림을 준 것은 객석 한켠의 부모님이었다. 직업 예술인으로 우뚝 선 자녀를 향한 벅찬 자부심으로 반짝이는 눈빛이 오케스트라를 완성하는 최고의 화음이었다. 최근 발달장애인을 홀로 키우던 한 아버지가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남긴 마지막 소원이 우리 사회를 울렸다. 평생 곁을 지켜줄 순 없는 장애인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저는 죽어도 됩니다. 하지만 제 아들은 살아야 합니다”라는 간절한 외침에서, 아이가 자립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응원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에 응답하듯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를 거쳐 간 48명의 단원이 음악가로서 사회적·경제적으로 당당히 자립했다. 정기적인 출근과 연습, 공연, 일정한 소득으로 이어지는 일상은 바람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달 초, 마침내 이들의 오랜 꿈 하나도 이뤄졌다. 지난 9년간 수백 차례 무대에 오르며 국립극장과 명동대성당, 청와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까지 경험한 서초한우리오케스트라가 클래식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연 것이다. 2300명의 관객 앞에서 빛나는 모습에 또다시 가슴이 벅차올랐다. 세상이 세운 장벽을 넘어 자신의 삶을 당당히 연주하는 그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지키며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브라보, 우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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