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전쟁과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을 때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개정안은 제89조의 2를 신설해 조세수입이 세입예산보다 5% 이상 늘어나거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추가했다.변동폭의 기준은 세입예산의 5%다. 개정안을 15일 대표발의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2022년 대규모 초과세수와 2023~2024년 세수결손 사례를 함께 고려해 이같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반도체 초과세수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침을 밝힌 뒤 이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첫 여당 의원안이다. 올해 세입예산을 기준으로 20조원 안팎의 세수 변동이 발생하면 정부의 지출 조정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세입과 세출을 다시 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규모 세수 변동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집행 단계에서 자체 대응하는 대신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세수 결손에 따른 지출 조정과 초과세수의 활용 방향을 국회가 결정하게 돼 예산 운용에서 국회 권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세수입은 1차 추경을 거치며 390조2000억원에서 41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안 의원은 하반기에도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을 중심으로 20조~30조원이 추가로 걷혀 최대 445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19.1% 늘어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2.1%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내년 국세수입도 정부 전망치 412조1000억원보다 최대 100조원 많은 512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정부와 여권은 대규모 초과세수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해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성장 투자로 세수를 다시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세수 변동을 법정 추경 사유로 추가하면 추경 편성이 잦아져 본예산의 의미가 퇴색되고, 국회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직 재정당국 관료는 “세수 전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측 오차가 5%를 넘을 때마다 추경을 편성하면 사실상 추경이 상시화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예산안이 정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재정 운용 탄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산 전문가는 “국세수입 전망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세수 오차만으로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지출이 늘고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은/남정민 기자 hazzy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