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 안전판’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순대외금융자산이 올해 2분기 들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플러스로 돌아선 뒤 2024년 말 1조달러까지 늘어난 순대외금융자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12년 만에 한국이 순대외부채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세계 9위에서 13위까지 떨어진 외환보유액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작년 3분기까지 1조달러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작년 4분기 8857억달러, 올해 1분기 7536억달러 등으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급감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지난해부터 나타난 국내 증시 급등세가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폭등하면서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자산보다 외국인이 한국에 보유한 금융자산이 더 빠르게 불어났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가치는 지난 1분기 말 1572조5305억원에서 2분기 말 2899조8003억원으로 3개월 만에 약 1327조2698억원 급증했다. 이를 2분기 말 환율(1549.4원)로 환산하면 약 8566억3470만달러다. 1분기 말 순대외금융자산(7536억달러) 규모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 10여 년간 순대외금융자산 급증세를 이끈 개인투자자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는 최근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서학개미는 해외 주식을 10억9910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해외 채권은 26억2387만달러어치 순매수했지만 최근 미국 국채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순대외금융자산 증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을 37.2%에서 34.7%로 낮췄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560원까지 치솟은 상황에서도 당국이 외환위기 가능성을 일축한 핵심 근거 중 하나가 막대한 순대외금융자산이었다. 위기 발생 시 해외 자산을 매각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외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3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은 2분기 대비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투자심리가 회복돼 국내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보유 주식 가치가 재차 급증하며 순대외금융자산도 다시 감소할 수 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도 함께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대외금융자산이 급감한 데 따라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73억달러다. 지난해 말 9위였던 세계 순위는 13위까지 밀렸다. 한때 환율이 달러당 1560원을 넘나들 때 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은 것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대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약속한 데다 ‘4000억달러’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깰 수도 없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락 국면에서 당국의 시장 개입 여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성미/정영효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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