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 온라인 사이트에 안내된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을 문의하자 곧바로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국내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약이지만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매한 약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암암리에 유통되던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의 국내 도입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면서 (미프진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해 사고가 난다”며 “이렇게 방치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 임신중지에 쓰이는 약물 미프진은 아직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못했다. 현대약품은 2021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인공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을 시작으로 세 차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청을 받다가 자진 취하했다.
그 사이 약물은 제도 밖 시장에서 고가에 불투명하게 거래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품질이 보장된 미프진의 중위 가격은 1만2000원, 약값 비싼 미국도 80달러(약 12만원) 수준”이라며 “임신 주수에 따라 다른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용법이 조금 달라질 뿐인데 7주차를 기준으로 20만원씩 가격 차이가 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약품의 정식 도입이 불법 유통을 줄이고 임신중지를 의료 체계에서 관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의약품 도입을 통해 임신중지가 처벌이 아니라 권리로 인식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이미 개발된 지 40년 가까이 된 임신중지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공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임신중지 허용 시기와 방법 등을 정하는 대체입법은 마련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임신중지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다뤄야 하는지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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