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실내악 향연 조성진…촉촉하고 그윽하게 '브람스 수다'

입력 2026-07-15 18:10   수정 2026-07-16 00:19

모처럼 실내악 향연 조성진…촉촉하고 그윽하게 '브람스 수다'


연주자 네댓이 음악으로 같은 숨결을 공유하는 모습은 실내악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는 그 풍경을 관객들에게 오롯이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성진은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인하우스 아티스트로서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레퍼토리는 브람스로만 채웠다. 첫 시작은 ‘클라리넷 삼중주 가단조’. 당대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리하르트 뮐펠트의 연주에 감명받은 브람스가 은퇴하려던 생각을 접고 57세에 쓴 곡이다. 이번 클라리넷 연주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인 벤젤 푹스가 맡았다. 그의 클라리넷은 따뜻함과 맑음을 겸비해 고색창연한 정취가 있었다.

첼리스트로 합을 맞춘 오스트리아 거장 키안 솔타니는 첫 활 긋기만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고풍스럽고 그윽한 첼로만의 저음역 울림이 단번에 홀 천장에 닿았다.

호른 삼중주에선 1744년산 델 제수 ‘드 베리오’ 바이올린을 쓰는 다이신 카시모토와 베를린 필 수석 호른 연주자인 슈테판 도어가 함께했다. 이 곡은 30대 초반 나이였던 브람스가 독일 바덴바덴 숲에서 들은 사냥 나팔 소리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타계한 그의 어머니를 애도하는 곡이기도 하다. 도어의 호른은 ‘검은 숲’으로 불리는 바덴바덴 숲의 풍경처럼 먹먹하면서도 서글픈 구석이 있었다.

카시모토의 바이올린은 유려해 그 자체로 매력이 분명했지만 분주해지는 2악장에선 역동성을 더 뽐낼 만했다. 어머니를 애도하는 듯한 3악장은 황홀했다. 먹먹한 호른 소리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며 하늘에 닿으려는 듯한 고동을 그렸다. 피아노가 한 음씩 올라가는 상승 음형을 그리면 바이올린이 구름 사이 햇빛처럼 나타나 밝은 빛을 비췄다. 4악장에서 바이올린은 더 자유로워졌고 호른은 안정감과 활기를 더했다.

2부 연주곡은 20대 후반의 브람스에게 성공을 안겨줬던 피아노 사중주 1번. 조성진이 2014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다. 브람스의 말년에서 청년으로 돌아가는 공연 흐름이었다. 이번 협연자론 카시모토, 솔타니와 함께 베를린 필 단원인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함께했다.

2악장에선 도자기처럼 소리를 빚어내는 조성진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피아노 소리에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가득해 무대에 물안개가 올라온 듯했다. 다른 악기들을 이어주는 비올라 덕분에 피아니스트가 누릴 수 있는 자유도 많아졌다. 강렬한 춤곡 리듬이 돋보이는 4악장에선 나란히 점진적으로 숨을 죽이는 연주자들의 재치가 돋보였다.

앙코르는 낭만주의 실내악의 정수로 불리는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내림마장조 중 3악장. 들뜬 열기를 여운으로 갈음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조성진은 16일 부천, 17일 부산에서도 체임버 콘서트를 연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