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위, 일본 사도광산에 제동…"강제노동 역사 충분히 다뤄라"

입력 2026-07-15 21:41  

세계유산위, 일본 사도광산에 제동…"강제노동 역사 충분히 다뤄라"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약속했던 '전체 역사' 반영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국제기구의 평가가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현장에서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도록 일본에 개선을 권고했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제출한 사도광산 보존현황보고서(SOC)를 평가한 결정문안을 회원국에 회람했다. 세계유산위는 일본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기 위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권고 이행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안은 "광산 개발 모든 기간에 걸친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해석·전시 전략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일본에 권고했다.
또 일본이 마련한 해석·전시 전략과 시설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어떻게 포괄적으로 반영하는지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 관련 진전 상황을 세계유산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기서 말하는 '전체 역사'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로 동원돼 광산에서 노동한 역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위는 일본에 오는 2027년 12월 1일까지 권고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해당 내용은 2028년 열리는 제50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이번 권고는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 한일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일본 측에 사도광산 해석과 전시 과정에서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을 보다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유네스코 측에도 관련 내용을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의 권고 이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측의 일관된 입장이 이번 결정문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등재 당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유네스코 사무국 및 관계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문안은 오는 20∼23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다. 위원국 간 이견이 없을 경우 합의로 채택될 전망이다. 다만 세계유산위 결정은 구속력은 있지만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별도의 제재가 없어 일본이 실제로 얼마나 충실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인도 뉴델리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 공간을 마련했지만, '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강제동원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본은 올해 상반기 한국인 노동자가 사용했던 기숙사 터와 공동취사장 등을 안내하는 이정표 10여 개를 새로 설치하는 등 일부 개선 조치도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03~1867) 금광으로 번성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 조선인 1519명이 강제 동원돼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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