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산 부라노의 니들 레이스는 오래전부터 유럽 왕실과 귀족 사회에서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초상화에는 이런 레이스가 귀부인과 귀족들의 의상을 장식한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아름다운 나니>에서 귀부인의 목선을 감싸는 순백의 레이스, 브론치노가 그린 메디치 가문의 <엘레오노라 디 톨레도의 초상> 속 정교한 기하학적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오늘날, 그 공기 같은 레이스를 실 대신 금으로 짜내는 메종이 있다. 이탈리아 하이 주얼리 메종 ‘부첼라티(Buccellati)’다.

부첼라티는 191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창립했다. 창립자 마리오 부첼라티(Mario Buccellati)는 르네상스 시대의 금세공과 베니스 부라노의 니들 레이스에서 영감받아, 실이 만들어내는 가벼움과 투명함을 금속 위에 구현하는 독창적인 금세공술을 발전시켰다. 화려한 보석을 앞세우기보다 금속 표면의 질감과 조각을 디자인의 중심에 둔 것이 부첼라티만의 차별점이다.
섬세한 인그레이빙과 오픈워크(금속을 뚫어 문양을 만듦) 기법을 통해 금속을 마치 직물이나 레이스처럼 표현하며, 금속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해 왔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이러한 미학은 2026 F/W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 기간에 맞춰 지난 7월 7일 공개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세레니시마(Serenissima)'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세레니시마'의 주얼리는 가까이서 들여다볼수록 금속이 차가운 소재가 아니라 마치 한 올 한 올 엮어 만든 직물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느껴질 정도니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베니스의 문화유산과 한 세기 넘게 지켜온 부첼라티의 금세공 전통이 만나 어떻게 오늘의 하이 주얼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세레니시마 브레이슬릿’은 볼록하게 볼륨을 살린 봄베(Bombe) 형태를 기본으로 한다. 유연한 구조로 인해 손목을 자연스럽게 감싸며 부드러운 착용감을 선사한다. 중앙에는 벌집 모티프를, 가장자리에는 화환 장식을 배치해 네크리스와 디자인을 통일시켰다. 마름모 형태의 다이아몬드 장식과 작은 골드 비즈, 리가토 인그레이빙이 조화를 이룬다. 33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총 6.62캐럿)는 움직일 때마다 빛을 만들어내며, 부첼라티 특유의 럭셔리함을 보여준다.

‘세레니시마 이어링’은 컬렉션의 우아함을 가장 가볍게 구현한 작품이다. 벌집 모티프를 중심으로 화이트 골드의 화환 장식과 다이아몬드로 공중에 레이스가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잎사귀를 형상화한 화이트 골드 세팅은 펜던트 부분을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10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총 4.38캐럿)가 섬세하게 세팅됐다.
부라노의 레이스, 무라노의 유리 공예, 르네상스 건축과 회화가 수 세기 동안 베니스의 미학을 만들어 왔다. 부첼라티는 금과 젬스톤으로 그 유산을 이어간다.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 손끝에서 완성되는 섬세한 디테일, 절제된 아름다움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베니스의 장인들이 실과 바늘로 공기 같은 레이스를 엮어냈다면, 부첼라티는 금과 조각칼로 그 아름다움을 금속 위에 새겨왔다. 특히 '세레니시마'는 하이 주얼리가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장인정신까지 함께 이어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석의 화려함에 앞서 금속 표면에 축적된 시간과 장인의 손길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부첼라티만의 금세공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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