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견제와 균형' 헌법 정신 실종된 제헌절

입력 2026-07-16 17:40   수정 2026-07-17 00:0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16일에도 국민의힘 소속 위원석 세 자리가 비어 있는 채 열렸다. 국민의힘은 7일째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단독으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이후 국회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법사위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려는 분위기다. 여권 내에서조차 검찰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면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도 야당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을 협상 파트너로 여기지 않은 지 오래다. 야권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집안 싸움에 자멸한 탓도 있지만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힘 동의 없이도 얼마든지 자력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제헌절 전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약이 없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도 빈손으로 헤어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상임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2024년 전반기 국회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17일간 보이콧했는데 이번에는 더 길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제헌절 경축식도 반쪽짜리로 치러진다.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경축식에서는 화합의 의미를 담아 원내정당 소속 의원들이 제헌헌법 전문과 총강을 낭독하고 제헌헌법에 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불참 의사를 밝힌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뒤늦게 참석으로 선회했지만 장동혁 대표는 경축식 대신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참정권 박탈 규탄 집회로 향한다. 제1야당 대표와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 행사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명시했다. 민주제 공화국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견이 다른 집단 사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제헌 78주년을 맞이한 국회에선 이 같은 헌법 정신이 실종됐다. 다수당은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밀어붙이고 제1야당은 아무런 대책 없이 파업으로 응수하고 있다. 여야 모두 각각 내부 당권 투쟁에 에너지만 쏟아붓고 있다.

인공지능(AI) 격변 속에 성장과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국회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 2030 청년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을 위한 국회 운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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