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칼럼] 투기 공화국? 규제 공화국!

입력 2026-07-16 17:36   수정 2026-07-17 00:13

숨이 턱 막히는 여름 날씨 같다. 부동산시장 얘기다. 매매·전세·월세 가격 모두 무섭게 오른 지 한참 됐는데도 도무지 꺾일 줄 모른다. 이런 현상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정책 당국자는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공화국’이 더 부합하는 이름이 아닐까.

서울 25개 구와 경기 15곳 등 수도권 40개 지역에서 부동산 ‘삼중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돼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갭투자 금지 등의 제약을 받는다.

수도권 거의 전역에서 거래의 팔다리가 꽁꽁 묶인 것은 걷잡을 수 없이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사유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 것일까.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을 확대 지정해서 가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지역에 ‘비상조치’급의 초고강도 규제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1979년 도입된 토허제는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이 나왔다.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23조 3항에 근거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합헌 결정을 받은 조건이다. 헌재는 토허제를 두고 ‘특정 지역에만 일정한 기간을 정해 정상 거래가 아닌 투기적 거래 등일 경우에만 제한하는 것’(헌재 1989. 12. 22, 88헌가1)이라고 못 박았다. 투기 거래가 발생하는 소수 지역에 특정 기한만 시행하는 ‘비상조치’라는 얘기다. 2020년 6·17 대책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이라는 타깃 지역에 1년 기한(갱신 가능)으로 제도가 발을 디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2300만 명 가까이 사는 수도권 거의 전역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구의 40% 가까이가 언제까지 규제가 적용되는지도 모른 채 재산 처분을 제약받고 있다. 거주·이전도 마음대로 못 한다.

규제의 적용 기준도 모호하다. 당장 이달 초 경기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가 삼중 규제 지역에 추가됐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이들 지역이 어떤 기준에서 빠졌고, 올해는 어떤 기준으로 규제를 적용받게 됐는지 일언반구 설명이 없다.

해제 기준도 알 수 없다. 토허제 등 삼중 규제가 과연 언제, 어떤 기준을 충족하면 해소될지 아무도 모른다. ‘5년 이내 기간’을 정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은 설명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규제 시행 이전보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만 규제가 풀리는 것인지 누가 속 시원하게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면 많은 것이 불투명해진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는지, 가격 상승의 원인은 무엇인지, 무엇이 투기거래인지, 초고가 주택은 얼마부터인지 모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고위 관료들이 언급하는 ‘주택은 사는(buying) 게 아니라 사는 것(living)’이라는 도덕적 문구는 과연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14조)와 재산권 보장(23조)을 다룬 헌법 가치보다 우선하는가. 의문이 꼬리를 문다.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하며, 개인이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이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이 안 그래도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더 갑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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