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명의 직원과 4600여 곳의 협력사·소상공인이 다시 한번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에 지원되는 2000억원은 홈플러스가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생명수’일 뿐이다. 회생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뜻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 경영이 정상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험하다. 전국 67개 매장이 영업을 재개하려면 상품 공급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협력사들의 신뢰 회복이 필수다. 고객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노총 산하 강성 노조도 문제다. 인수 기업을 찾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홈플러스 인수 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노조와의 마찰이 걱정되니 다들 꺼리는 것이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걸 이번에 절감했을 테니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제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2000억원 지원 사실을 처음 공개한 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다. 이것만 봐도 자금 지원을 놓고 줄곧 평행선을 달리던 MBK와 메리츠의 극적인 합의 뒤에는 정부와 여당의 강한 입김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대량 실직 등 파산의 여파가 만만치 않을 테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겠지만, 당정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이후 과정에서만이라도 정부는 선수가 아니라 심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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