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서울 용산 해방촌 신흥시장. 붉은색 ‘1953 신흥시장’ 간판 아래 입구부터 사진을 찍는 20·30대로 북적였다. 점포 태반이 문을 닫아 ‘슬럼’으로 불리던 골목엔 태국 음식점 팟카파우, 멕시칸 타코집 팁시타코 등 다국적 식당 20여 곳이 나란히 있었다. 팟카파우 대기 명단엔 20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주말에는 기본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팁시타코 사장 A씨는 “2년 전 개업 초와 비교해 매출이 세 배 이상 뛰었다”며 “주말엔 메뉴가 조기 마감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돌아왔다. 전통시장의 낡음은 ‘레트로 감성’이 됐고 골목은 ‘체험 콘텐츠’로 재평가됐다. 시장이 장을 보러 가는 곳에서 먹고 즐기고 인증하는 곳으로 바뀌며 지난해 전국 전통시장 매출은 1조9789억원(BC카드 결제액 기준)으로 3년 만에 15.8% 증가했다.
시장이 살아난 첫째 요인은 ‘물건을 사는 곳’에서 ‘체험하는 곳’으로의 변신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시장 매출 가운데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항목은 먹거리였다. 가공식품 매출은 3년 새 44%, 커피·음료는 40%, 분식·간식은 35% 늘었다. 장바구니 대신 간식을 들고 시장을 ‘노는 곳’으로 소비한다는 뜻이다. 부산에선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벽부터 시장 떡집 앞에 줄을 서는 ‘떡지순례’가 유행이다. 부산 영도다리떡방은 주말에 문을 열기 전부터 20~30명이 줄을 설 정도로 유명해졌다.
서울 종로 동묘 구제시장이 대표적이다. TV 예능 ‘무한도전’ 촬영을 계기로 중장년 중심이던 손님층이 청년으로 넓어졌다. 최근엔 MZ세대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며 ‘필수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14일 동묘 시장에 가보니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먹거리 위주인 다른 시장과 달리 패션·잡화가 중심이었다. 앤티크 시계부터 귀걸이, 목걸이, 티셔츠까지 5000원에서 1만원이면 살 수 있다. 다이소로 향하던 외국인의 ‘초저가 쇼핑’ 수요가 옮겨오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은 팔찌와 티셔츠, 귀걸이를 사는 데 총 1만원을 썼다고 했다. 개당 3000~5000원짜리 옥팔찌를 파는 상점 앞에는 외국인들이 긴 줄을 섰다. 한 관광객은 손에 식혜와 호떡을 든 채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보물찾기 같은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들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15일 영동전통시장에서 책과 와인, 시장 안주를 결합한 ‘책bar’ 행사를 개최했다. 송파구는 지난달 방이시장 ‘막걸리 페스티벌’, 가락골 골목형상점가 ‘비어 페스타’ 등 시장 5곳에서 릴레이 야시장을 열었다.
안대희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골목상권 강화, 야간 경제 활성화 등 다각적 콘텐츠를 결합해 국내외 관광객 모두가 다시 찾고 싶은 독보적 명소로 시장을 혁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광/이소이/류은혁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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