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전남광주특별시 영광군에 있는 한 레미콘업체.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야적장이 휑하게 비어 있었다. 업체 대표 A씨는 “㎥당 모래 가격이 3만원 이상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뛰었는데 필요한 물량을 구할 수 없다”며 “웃돈을 줘도 골재를 확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전남광주 지역 건설 경기 불황이 4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이 회사가 보유한 골재는 작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A씨는 “호남 반도체 팹 건설이 본격화하면 공사 현장의 자재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공사 현장에서 골재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골재는 아스팔트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모래와 자갈, 부순 돌(쇄석) 등을 통칭하는 건설 원재료를 말한다. 환경 규제와 민원 등으로 골재를 채취할 곳은 줄어드는데 건설사는 공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품질이 우수한 천연골재를 선호하면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골재 사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는 비용 부담으로 난색을 보인다. 업계는 “아파트와 주택 가격에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골재 품귀가 가장 심각한 곳은 전남광주 지역이다. 이 지역의 모래와 자갈 가격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평균 20% 올랐다. 영광군처럼 채취장에서 먼 곳은 모래값이 더 많이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레미콘업체는 필요한 골재의 절반만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골재 공급이 줄어든 이유는 양질의 천연골재를 캘 수 있는 채취장이 감소해서다. 신규 채취장은 환경 규제에 더해 주민 반대 등으로 허가가 나지 않는다. 산지가 많지 않은 전남광주 지역이 특히 심각한데,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도심과 가까운 석산의 신규 인허가는 사실상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도 골재 품귀 현상을 부추겼다. 건설회사가 공사 사고를 막기 위해 품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천연골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부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골재는 입자 크기와 불순물 함유량이 일정하지 않으면 콘크리트 강도와 내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천연골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폐기물을 선별·파쇄한 순환골재 사용을 권장한다. 하지만 업계는 순환골재 활용에 소극적이다. 선별·파쇄, 품질검사 등의 작업에 시간과 비용이 들고 생산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품질 편차가 생길 수 있다. 고내구성 구조물 등에선 안전 우려 등으로 천연골재를 대체할 수도 없다.
수도권 건설업체는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천연골재 공급량이 구조적으로 줄고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3기 신도시와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 전남광주와 비슷한 골재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대형 공사를 시작하기 전 골재 수요와 공급 능력을 함께 따져야 한다”며 “공급망을 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공사 지연과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철오 기자/전남광주=임동률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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