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주가 쉬는 사이 66% 뛰어…'붉은 반도체'가 시장 흔든다[반도체 삼국지]

입력 2026-07-20 06:52  

삼전닉스 주가 쉬는 사이 66% 뛰어…'붉은 반도체'가 시장 흔든다[반도체 삼국지]


지난 1년간 글로벌 반도체 랠리의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석 달로 시야를 좁히면 중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을 담은 ETF가 한국과 미국 반도체 ETF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7월 15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미·중 반도체 ETF 3종을 비교한 결과 중국 반도체 ETF(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6.2%로 가장 높았다. 미국은 35.8%, 한국은 20.1%였다. 지난 1년간 가파르게 올랐던 한국과 미국 반도체주가 숨을 고르는 사이 중국 기술주에 자금이 몰린 결과다.

특히 글로벌 4위이자 중국 최대 D램 생산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과창판(科創板·상하이 증권거래소 산하 과학기술주 전용 시장) 상장을 앞두고 중국 반도체 관련 종목을 향한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 반도체 ETF 3개월 간 66% 뛰어

7월 말 상장 예정인 CXMT의 공모가는 주당 8.6위안(약 1900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약 666억위안(약 14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기준 ‘2주 치 벌이’에 불과한 액수지만 조달 자금의 절반 이상(58.4%)이 반도체 장비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전문가들은 CXMT 상장이 식각·증착·세정 등 전공정 장비 사이클을 자극해 중국 자국 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의 비약적인 확장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CXMT의 상장은 자본 조달보다도 중국 장비 산업의 ‘동반 진화’라는 더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며 “CXMT가 중국산 장비를 양산라인에 투입해 오류와 수율 문제를 고치는 과정에서 중국 장비 업체들은 대규모 양산 레퍼런스와 학습효과 쌓으며 글로벌 업체들과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CXMT는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중국이 지난 10년간 걸어온 진화의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출발부터 시장 논리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기업이었다. 설립 이후 10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고 한국이나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뚜렷했다.

다른 나라였다면 진작 사라졌을 기업이지만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투입하고 자국산 메모리 사용을 장려하며 CXMT를 국가 전략기업으로 키웠다.

CXMT의 전환점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었다. AI 수요가 폭발하며 한국산 메모리가 고부가가치 제품에 우선 배정되자 중국 시장에서는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졌다. 그 빈틈을 CXMT가 파고들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의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3%에서 2026년 1분기 8%로 뛰었다. 정부 지원으로 버텨온 기업이 공급 부족을 발판 삼아 시장의 한 축으로 올라선 것이다.

2025년 CXMT는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고 매출 총이익률은 전년 5%에서 41%로 커졌다. 10년간 ‘숙원사업’이었던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다.

CXMT 상장, 중국 장비 생태계 키운다
그동안 ‘가성비’ D램을 만들어 중국 기업에 납품하던 CXMT의 고객사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CXMT의 칩 테스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중국에 손을 내민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이다. 10년 넘게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하며 메모리 반도체를 최저가에 사들이던 애플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2025년 중순까지 바닥을 치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꿈틀대더니 올해 들어 급격하게 뛰었다.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1년 새(2025년 6월 2.6달러 → 2026년 6월 21달러) 약 8배 폭등했다.

애플이 중국 반도체에 손을 내민 장면은 상징적이다. 한국 기업이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움직임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새로운 메모리 공급사를 추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미 디스플레이 업체 BOE 등 중국 공급사를 활용해온 경험도 있다. 정치와 사업 양쪽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선택인 셈이다.

문제는 CXMT가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을 실제로 맞출 수 있느냐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납품하는 제품으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고사양 반도체 생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CXMT가 LPDDR5 양산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장에서 해당 제품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품질과 발열, 수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재가 키운 '독자 생태계' 역습

중국의 반도체 추격은 메모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반도체의 진짜 힘은 생태계에서 나온다. 미국의 견제로 기술 인프라 수입이 막히자 오히려 중국 내에서 산업이 자립한 결과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AI 반도체는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장비, 부품 기업까지 함께 성장하며 AI 기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여기에 막대한 정부 지원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인재가 몰린 학계의 발전에 힘입어 반도체 자립에 속도가 붙었다.

반도체 설계에는 중국의 AI칩 선두주자인 화웨이를 중심으로 엔비디아·AMD 출신 창업자들이 세운 회사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웨이는 어센드(Ascend) 칩 한 개의 성능뿐 아니라 서버와 초대형 클러스터, 소프트웨어까지 묶은 ‘풀스택’ 전략으로 엔비디아에 맞서고 있다. 개별 칩의 성능과 생산량에서는 엔비디아에 비해 여전히 뒤처지지만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릴 때에도 ‘인해전술’ 같은 기술을 썼다. 수백 개의 어센드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해 격차를 만회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트랜지스터 선폭을 줄이는 대신 회로의

스타트업 진영에는 해외 GPU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무어스레드는 엔비디아 중국법인을 이끌었던 장젠중이 창업한 회사로 AI 연산뿐 아니라 게임 그래픽과 고성능컴퓨팅까지 처리하는 범용 GPU와 독자 소프트웨어 체계 ‘MUSA’를 함께 개발한다.

메타X는 AMD 출신 기술진이 세운 기업으로 데이터센터의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범용 GPU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창판에 상장한 무어스레드와 메타X 주가는 상장 첫날 각각 400%, 700%가량 뛰었다.

이들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선단공정이 가능한 중국산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이를 생산한다.

SMIC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 심자외선(DUV) 장비를 여러 차례 사용하는 멀티패터닝 방식으로 7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공정이 복잡해 TSMC·삼성전자보다 수율이 낮고 생산비가 높다는 한계는 남아 있다. 파운드리에서 나온 연산칩과 메모리를 하나의 AI 반도체처럼 묶는 패키징은 JCET가 맡는다.

장비 업체도 공정별로 자리를 잡았다. ‘중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로 불리는 나우라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5위에 올랐다.

증착과 식각, 세정, 열처리 장비를 폭넓게 공급하는 나우라는 7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층증착(ALD) 장비와 고성능 식각 장비까지 상용화하며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2026년 말부터는 메모리 제조사인 CXMT 등과 협력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장비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미세 회로를 깎아내는 건식 식각장비에서 경쟁력을 키운 AMEC, 박막 증착 장비를 생산하는 파이오테크 등 공정별 전문기업이 성장하면서 생태계를 한 칸씩 채워가고 있다.

가장 큰 약점인 노광 분야에서도 추격이 시작됐다. 사이캐리어와 상하이웨이전자는 ASML이 독점하고 있는 EUV 노광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남아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기술력은 한국보다 3년가량 뒤처진다. 여전히 첨단 D램이나 HBM, EUV 노광장비와 첨단 패키징용 본더, TC-NCF 소재 등 고성능 기술은 장악하지 못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태양광과 배터리에서도 겪었듯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자국 기업에 주문과 양산 경험을 몰아주고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과 소부장의 생존전략은 EUV와 HBM 패키징, 첨단 소재처럼 중국이 당장 복제하기 어려운 기술 고지로 먼저 올라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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