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긁어내고 기억을 쌓다…재불 작가 허경애 개인전 '시간의 결'

입력 2026-07-16 09:28  

시간을 긁어내고 기억을 쌓다…재불 작가 허경애 개인전 '시간의 결'


올미아트스페이스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재불 작가 허경애의 초대 개인전 'Layers of Time : 시간의 결'을 7월 9일부터 8월 10일까지 개최한다.

허경애 작가는 한국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한 후 2003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세르지 국립미술학교와 파리 제1대학교(팡테옹-소르본)에서 순수미술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 왔다. 현재 프랑스를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 현대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보여주는 작가다.

작가는 수십 수백 겹의 아크릴 물감을 화면 위에 쌓아 올린 뒤 이를 다시 긁어내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통해 회화의 본질과 시간의 흔적을 탐구한다. 화면을 긁어내는 행위는 단순한 파괴나 삭제가 아니라 감춰져 있던 색과 결 그리고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는 창조의 과정이다. 반복되는 축적과 해체는 회화를 하나의 수행적 행위로 확장시키며 화면 위에는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섬세한 표면의 질감으로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면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노동과 행위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판화 작업에서 익힌 조형 감각과 치밀한 계획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 만나 하나의 화면을 완성하며 이는 작가가 말하는 '깨어남(Awakening)'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최근 작가는 기존의 긁어내기 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체 과정에서 나온 캔버스 조각을 다시 결합하는 콜라주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해체와 생성'이라는 작업 개념을 한층 확장한 것으로 회화를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Layers of Time : 시간의 결'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 흔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면 위에 축적된 색의 층은 지나온 시간과 기억을 상징하고 긁어낸 자국은 감춰져 있던 또 다른 풍경을 드러낸다. 생성과 소멸 기억과 망각 우연과 의도가 중첩되는 회화의 공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켜켜이 쌓여온 시간의 결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올미아트스페이스 측은 "독자적인 작품세계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허경애 작가의 대표작을 국내에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회화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과 깊이를 따라가며 동시대 회화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과 미학적 사유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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