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가 더 흔들렸다…뒤집힌 변동성 공식

입력 2026-08-26 06:00  

[마켓 리더의 시각]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쏠림과 변동성이 결합하며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 가까이 상승했다. 6개월 만의 100% 상승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그러나 6월 고점 이후 단 2주 만에 지수는 고점 대비 20% 넘게 급락했다.

과거 하락장에서는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던 20% 하락이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나타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와 달리, 이번 하락은 뚜렷한 악재를 특정하기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변동성 장세…악재 특정은 어렵다

이처럼 가파른 등락의 이면에는 두 종류의 변동성이 자리한다. 하나는 주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지수 변동성이고, 다른 하나는 오르는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이 갈리는 종목 간 변동성이다. 두 변동성 모두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수 변동성은 역사적 극단에 도달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월 말 96.9까지 상승하며, 2008년 금융위기 고점(89.3)과 코로나19 국면(69.2)을 모두 상회했다. 종목 간 변동성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 수익률이 시장 평균에서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나타내는 CSV(Cross-Sectional Volatility)는 통상 중소형주에서 높고 대형주에서 낮다.




그러나 5월 말 대형주 CSV는 39.6%포인트로 중형주(32.6%포인트)와 소형주(26.2%포인트)를 오히려 상회했다. 규모가 작을수록 변동성이 높던 통상적 패턴이 뒤집힌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오르는 종목만 오르고 나머지 대형주는 소외되는 차별화 장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웠다.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가 출시됐고, 개인 순매수가 이들 상품에 집중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내리면 추가 매도하는 구조여서, 가격 추종 방식 자체가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명확한 악재 없이 수급이 주도하는 장세다. 이러한 급락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특히 기관투자자는 투자 시계가 짧다. 정해진 평가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므로 단기 대응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개인 역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단기 대응에 내몰린다.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을 알아도, 변동성 앞에서 냉정을 유지하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이러한 쏠림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관건은 최근의 하락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적 조정인지, 그리고 반도체 쏠림에 대응할지 확산에 대비할지 여부다.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상향되고 있어 주가는 더 오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방아쇠 당겨지기 전까지 추세 유효

그러나 대장주 교체와 소수 주도주 쏠림 등 고점을 시사하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6월 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80조 원에 도달해 삼성전자 보통주(2069조 원)를 일시적으로 넘어섰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여전히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두 종목의 격차가 그만큼 좁혀졌다.

대장주는 언제나 그 시대의 주력 산업을 반영해 왔다. 포항제철(1988년), 한국전력(1989~1998년), 한국통신(1999년), 삼성전자(2000~2025년)를 거쳐 반도체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다만 이번 교체는 산업 자체의 전환은 아니다. 같은 반도체 안에서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축으로 이익의 무게중심이 메모리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대장주 교체와 소수 종목 쏠림이 과거 시장 정점의 특징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이다. 당시와 현재는 신기술 기대가 시장을 견인하고, 소수 대형주 쏠림이 극심하며, 대장주 교체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과거의 인터넷이 현재의 AI에 해당한다. 1999년의 재현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1999년 정점의 본질은 실적 없는 정점이었다. 한국통신은 시가총액 1위였으나 이익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삼성전자가 압도했고, 결국 한국통신은 2000년 1월 삼성전자에 1위를 내주고 하락했다. 시총 1위를 유지한 기간은 약 2주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의 쏠림은 이익에 기반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부터 삼성전자를 추월했고, 올해 기준 76.7% 대 51.8%로 메모리 집중 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두 종목의 코스피 순이익 비중은 70.8%로 시가총액 비중(56.6%)을 상회한다.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이 오히려 낮은 셈이다. 고점 신호는 존재하되, 그 신호가 실적에 근거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강세장이 언제 끝나는가다. 역사적으로 강세장의 종료는 이익 모멘텀이 둔화되고 통화 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나타났다. 1999~2000년 버블 붕괴를 촉발한 것도 유동성 환경의 전환이었다. 현재는 두 조건 모두 확인되지 않는다. 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상향되고, 통화 정책도 긴축으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다. 고점 신호가 나타나더라도, 강세장을 끝낼 방아쇠가 당겨지기 전까지 추세는 유효하다.

반도체 다음…병목에 위치한 업종을 보라

그렇다면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가.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을 따라가고, 심리가 위축될수록 투자자는 불확실한 수익보다 확실한 수익을 선호한다. 그 지점이 이익 가시성이 높은 업종이다. 핵심은 AI 인프라다. 반도체와 전력기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며 병목이 발생하는 구간에서, 병목에 위치한 업종은 가격 결정력과 실적 가시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익도 주가도 함께 반응하는 영역으로, 쏠림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보기술(IT)에서는 프리미엄 소비가 별도의 동력을 갖는다. 원화 약세로 국내 명품 가격이 해외 대비 저렴해지면서, 내국인 소비와 외국인 관광객의 명품 쇼핑 수요가 함께 유입되고 있다. 반도체발 자산 효과와 K-컬처 기반 인바운드도 이를 뒷받침한다. 백화점은 구매 건수와 구매 단가가 동반 회복 중이며, 고가·프리미엄 품목이 매출을 견인한다. 인바운드 수요는 8~10월 계절적 정점을 앞두고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질 전망이다.

결국 변동성 앞에서 냉정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투자자는 단기 대응에 내몰리고 고점 우려에 휩쓸린다. 그러나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을 따라간다. 고점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나, 강세장을 끝내는 조건인 이익 모멘텀 둔화와 유동성 긴축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답은 이익 가시성이 높은 곳에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책임연구원·C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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