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내권…더 무서운 중국이 온다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입력 2026-08-26 06:30  

중국의 반내권…더 무서운 중국이 온다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중국의 반내권…한국에 더 무서운 중국이 온다
중국 경제가 ‘많이 만들어 싸게 파는’ 전통적 성장 모델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제조 경쟁력과 촘촘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지만 정작 대부분 중국 기업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잉투자로 생산능력은 넘치는데 내수와 수출이 이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자 기업들은 가격을 낮춰 물량을 밀어내는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팔고 있는 놀라운 가격은 판촉 상품도 있으나 중국 공장끼리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중국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4년 7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내권식 악성 경쟁’ 방지를 위한 ‘반내권(反內卷·과잉 경쟁 해소)’을 제기한 이후 정책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내권(內卷)이란 투입은 늘어나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소모적 경쟁을 뜻합니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이 대표적이며 철강·시멘트 같은 전통 제조업은 물론 택배·플랫폼·금융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은 원가 이하 판매와 무질서한 생산능력 증설을 억제하고 업계 자율 규약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과도한 투자유치 경쟁에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반내권을 기업의 과당경쟁 문제로만 보면 본질을 놓칩니다. 기업이 제 살을 깎으면서까지 가격을 낮추는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능력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장기간의 부동산 침체가 있습니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가계 자산가치가 흔들리고 고용과 소득에 대한 불안까지 커지자 중국 소비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저축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투자-생산-수출’이라는 성장 공식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 방식이 이제 부메랑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덤핑 수출로 자국 산업이 고사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아 일반 상품은 물론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에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수출이 막히고 국내에서도 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남는 것은 가격을 낮추는 내권적 경쟁뿐입니다.

여기에는 중국 특유의 당·국가 주도 경제체제가 지닌 구조적 한계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전략산업을 지정하면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보조금과 토지,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기업은 생산능력을 확대했습니다. 이는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을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힘이지만 동시에 중복투자와 과잉생산을 낳은 원인이기도 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원배분입니다. 정부·국유기업·지방정부의 투자에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됐지만, 가계로 돌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생산능력을 갖추고도 그 경제 규모에 걸맞은 소비경제로 성장하지 못한 배경입니다.

여기에 반내권 정책의 역설이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과 지방정부 간 투자 경쟁이 과잉생산을 키웠는데, 이제 다시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그 과잉생산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만든 공급의 문제를 다시 정부의 통제로 해결하려는 셈입니다.

물론 반내권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원가 이하 덤핑과 무질서한 증설을 억제하면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한계기업의 퇴출과 산업 구조조정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을 통제한다고 팔리지 않던 제품이 갑자기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공급을 행정적으로 줄이는 것은 중국 정부가 잘할 수 있지만 소비를 늘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국민의 지갑이 정부의 정책으로 열릴 리 없습니다.

가계가 소비하려면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교육·의료·노후 부담을 낮추는 사회보장 개혁도 필요합니다. 소비는 소득에서 나오고 소득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민간경제의 활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반내권의 성공 여부는 가격 전쟁을 얼마나 막느냐가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축을 ‘투자·생산’에서 ‘소득·소비’로 옮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지난 40여 년 중국의 성공을 이끌어온 국가주도 성장 모델을 스스로 얼마나 수정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입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많은 공장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장을 하나 더 짓는 것이 아닙니다. 반내권의 진짜 해법은 기업의 가격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중국인의 소득을 높여 지갑을 열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반내권 성공이 한국에 주는 진짜 위험
반내권의 진짜 위험은 중국 기업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 기업이 퇴출당하고 자본·기술·인력이 비야디(BYD)·CATL 같은 선두기업에 집중돼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더 강해지는 데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의 생산능력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 전기차·배터리·태양광·철강·석유화학 제품의 한국시장으로 덤핑 공세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이에 맞서 덤핑·우회 수출·비정상적 보조금에 대한 무역구제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단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고성능·AI 반도체, 첨단 소재와 제조 장비 등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내권은 중국 제조업의 후퇴가 아니라 ‘옥석 가리기’일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의 과잉생산 자체보다 구조조정 이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유니트리처럼 더 강해져 등장할 중국 기업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중기업연합회 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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