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국민연금에 한 달만 가입한 뒤 119개월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외국인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허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문제를 보고받고 신속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국인의 노령연금 수급 문제를 언급하며 "어떤 제도를 설계하든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빈틈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 빈틈이 발견됐을 때 최대한 신속하게 메우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체 점검만으로는 문제가 생겼는지 완벽하게 알 수 없다"며 "끊임없이 현장에서 집행되는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추후납부 제도가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추납은 실직이나 사업 중단, 결혼·출산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거나 가입 이력이 끊긴 기간에 대해 나중에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999년 도입됐으며 2016년 11월부터 무소득 배우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적용제외 기간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현재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할 수 있다.
외국인도 과거 추납 대상 기간이 있고 당시 외국인 등록이 돼 있었다면 10년 미만 범위에서 신청할 수 있다. 공단 안팎에서는 최근 F2·F4·F5·F6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특히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추납과 노령연금 수급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실제 중국인 A씨는 H-2 비자로 입국해 국내 사업장에서 국민연금에 단 1개월 가입한 뒤 60세가 됐다. 당초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연금 수령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119개월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했다. 가입기간 120개월을 채운 A씨는 현재 매달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중국인 B씨는 건설 일용직으로 국내에서 1개월 가입한 뒤 출국해 반환일시금을 받았다. 이후 다시 한국에 들어와 1개월 추가 가입하고 임의계속가입 1개월을 더한 뒤, 과거 받은 반환일시금을 반납하고 119개월을 추납했다. 총 가입기간은 121개월이 됐고 B씨도 현재 노령연금을 수령 중이다. F-5 영주 비자를 가진 중국인 C씨는 9개월 가입한 뒤 128개월치를 추납했다. 이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고 현재 중국에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고 있다.
공단 내부에서는 이런 사례가 추납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력단절자나 실직자 등 국내 가입자의 노후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든 제도가 단기간 국내에 머문 외국인의 연금 수급권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
제도 간 정합성 문제도 거론된다. 국민연금법 제126조는 외국인이 임의가입자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현행 추납 제도에서는 외국인이 과거 무소득 배우자였던 적용제외 기간을 보험료 납부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격 검증과 사후관리 역시 과제로 꼽힌다. 외국인의 과거 체류자격이나 배우자 가입 이력, 무소득 배우자 여부 등을 국내 행정자료만으로 정밀하게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별로 가족관계와 혼인 증빙 방식이 다른 데다 관련 서류의 진위를 일선 창구에서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로 출국한 수급자의 사망 여부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사망 확인이 늦어지면 노령연금이 계속 지급되거나 유족연금 관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단 일선에서는 반납과 추납 제도를 조합해 가입기간 120개월을 채우는 외국인 사례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추납 요건과 수급 기준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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