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누가 입어?' 놀렸는데…멋쟁이들 교복된 '이 바지' [김기자의 알고리즘]

입력 2026-07-19 16:06   수정 2026-07-19 16:10

'이걸 누가 입어?' 놀렸는데…멋쟁이들 교복된 '이 바지' [김기자의 알고리즘]

한때 '알라딘 바지', '할머니 고쟁이'라며 놀림받던 하렘팬츠가 올여름 패션업계를 달구고 있다. 허벅지는 풍성하고 발목은 조이는 독특한 모양새 탓에 호불호가 뚜렷했던 바지다. 이에 요가복이나 휴양지룩 정도로 여겨졌던 이 바지는 최근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려 일상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 플랫폼에서 하렘팬츠 관련 검색량과 거래액은 일제히 증가했다. 에이블리에서 최근 한 달간(6월 15일~7월 15일) '하렘팬츠'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03% 늘었다. '하렘바지' 검색량도 1500% 증가했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같은 기간 관련 상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하렘 팬츠'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69%, 거래액은 201% 증가했다. '알라딘 팬츠' 검색량은 3465%, 거래액은 2501% 급증했다. '벌룬 팬츠' 거래액도 67% 늘었다.

W컨셉에서도 하렘팬츠, 조거팬츠, 벌룬팬츠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70% 신장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에서도 하렘팬츠 검색량이 뛰었다. 최근 한 달간 29CM 내 하렘팬츠 검색량은 전년 대비 13배 증가했다. 인기 상품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9CM 여성 팬츠 카테고리 주간 베스트 상위 15개 상품 중 5개가 벌룬 실루엣의 와이드핏 팬츠였다. 넉넉한 통에 발목을 잡아주는 디자인이 여성 팬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하렘팬츠는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이 넉넉하고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바지다. 전체적으로 둥근 실루엣을 띠어 알라딘 팬츠, 벌룬 팬츠, 조거 팬츠 등으로도 불린다. 몸에 달라붙지 않아 활동성이 좋고, 얇고 가벼운 소재와 만나면 여름철에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렘팬츠는 해외 패션쇼 무대에서 먼저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알라이아가 2025 봄여름 컬렉션에서 하렘팬츠를 선보인 이후 주요 브랜드의 무대에서 비슷한 형태의 바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끌로에는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카디건, 밀리터리풍 겉옷과 하렘팬츠를 함께 매치한 차림을 내놨다. 이 외에 발렌티노, 로에베 등도 하렘팬츠를 연상시키는 넉넉한 품의 바지를 선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패션 플랫폼의 수요로도 이어졌다. 유행의 배경에는 웰니스 트렌드가 있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까지 챙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젊은 층에 자리 잡으면서 운동과 일상의 경계 없이 입는 '웰니스 웨어'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레깅스가 애슬레저 열풍을 타고 일상복이 된 것처럼 하렘팬츠도 요가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은 다르다. 레깅스가 몸에 밀착되는 형태를 앞세웠다면, 하렘팬츠는 몸을 조이지 않는 넉넉한 품이 강점이다. 요가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때 입을 수 있고, 윗옷과 신발만 바꾸면 카페나 출근길에서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계절적 요인도 맞아떨어졌다. 하렘팬츠는 긴바지지만 몸에 달라붙지 않아 여름철 착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얇은 면 소재나 리넨 소재는 통기성이 좋다. 반바지는 부담스럽고 일반 긴바지는 덥게 느끼는 소비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카프리 팬츠 유행과 맞물려 7부 형태의 하렘팬츠도 주목받고 있다.

체형 보완 효과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넓은 바지통이 하체 라인을 자연스럽게 가려주고, 발목을 조이는 디자인은 전체 비율을 정돈해준다. 편안하면서도 스타일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셀럽들의 스타일링은 유행에 불을 붙였다. 특히 평소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는 인물인 방송인 김나영이 최근 흰색 상의에 흰색 하렘팬츠를 맞춘 올화이트룩을 선보이자 온라인에서는 해당 스타일링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확산했다. 허리에는 검은색 가디건을 묶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흰색 룩에 포인트를 줬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김나영 팬츠', '김나영 룩' 등으로 관련 검색과 언급이 이어졌다. 하렘팬츠가 단순히 독특한 바지가 아니라 따라 입을 수 있는 여름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배우 송혜교와 손예진 역시 휴가지에서 하렘팬츠를 착용한 모습이 공개됐다.

한때 낯설고 과장된 바지로 여겨졌던 하렘팬츠는 이제 편안함과 실용성을 앞세운 여름 팬츠로 재평가받고 있다. 몸을 조이지 않아 활동하기 편하고,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기존 와이드팬츠보다 형태가 뚜렷해 개성을 드러내기 쉽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가 등 운동 시 착용하는 것은 물론, 웰니스 트렌드 확산과 함께 일상생활 속 캐주얼한 룩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지속 확대되면서 관련 패션 스타일 역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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