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야한 거 아냐?'…속살 비치는 '이 옷' 남자들 열광 [오세성의 탈아재]

입력 2026-07-19 20:00   수정 2026-07-19 22:40

'너무 야한 거 아냐?'…속살 비치는 '이 옷' 남자들 열광 [오세성의 탈아재]


"여름 셔츠는 역시 린넨이지." 매년 여름옷을 고를 때 습관처럼 린넨 셔츠부터 찾았다면 올해는 조금 낯선 단어를 기억해둘 만하다. '크로셰'와 '플리츠', '시어서커'다.

크로셰는 실을 성글게 엮은 뜨개 조직, 플리츠는 원단에 일정한 주름을 잡은 가공 방식이다. 시어서커는 표면에 요철을 만들어 피부에 덜 달라붙도록 짠 여름용 원단으로, 최근 이들 소재가 남성용 셔츠와 팬츠·재킷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남성들의관심도 크게 늘었다. 19일 LF에 따르면 이달 1~13일 LF몰에서 '남성 크로셰', '크로셰 니트', '크로셰 셔츠' 등 크로셰 관련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플리츠' 검색량도 25%, '남성 시어서커 셔츠' 검색량은 10% 증가했다.

남성들이 갑자기 화려한 옷을 찾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여름옷을 고르는 기준이 '얼마나 얇은가'에서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가', '구김이 적은가', '활동하기 편한가'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F 관계자는 "더위가 매년 기승을 부르면서 단순히 얇은 소재를 찾는 수준을 벗어나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지, 활동하기 편한지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며 "디자인보다 소재 자체가 상품 경쟁력을 결정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가장 낯선 변화는 크로셰다. 크로셰는 성긴 짜임과 구멍이 드러나는 독특한 조직감 때문에 여성용 니트나 휴양지 패션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평소 피케셔츠와 린넨 셔츠를 즐겨 입던 중년 남성이 출근할 때 입을 옷으로 떠올리긴 쉽지 않았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남성복 업체들이 크로셰 특유의 조직감은 살리면서 셔츠와 집업 카디건 등 남성들이 익숙한 형태의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마에스트로가 올여름 선보인 크로셰 집업 카디건은 일부 사이즈가 조기에 동났다.

다만 크로셰가 유행한다고 무턱대고 성긴 짜임의 셔츠부터 고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칫 휴양지에서 입는 옷처럼 보이거나 속살이 과하게 드러날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몸에 지나치게 달라붙는 크로셰 니트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크로셰는 원단 자체의 짜임이 눈에 띄는 만큼 몸의 굴곡까지 강조되면 옷이 과하게 화려해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정한 주름을 잡아 입체적인 조직감을 만들기에 '여성용 주름치마'라는 인식이 있던 플리츠도 남성복 시장에서 팬츠와 셔츠, 재킷 등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TNGT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플리츠 원단의 '요요기' 라인은 올해 누계 매출이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여름 라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는 출시 시점을 전년보다 2주 앞당겼다. 테이퍼드 핏 팬츠 등 제품군도 넓혔으며 일부 색상은 조기 완판돼 리오더에 들어갔다.


헤지스 역시 올여름 특화 라인 '헤지스 웨이브'를 통해 플리츠 소재를 적용한 재킷과 팬츠 셋업, 셔츠를 새롭게 선보였다. 가볍고 구김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성을 활용해 한여름에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직장인 수요를 겨냥했다.

익숙한 여름 소재인 시어서커의 활용법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반팔 셔츠에 주로 쓰였다면 최근에는 재킷과 후드 집업, 가방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TNGT는 시어서커 소재의 '키노시타' 라인을 재킷과 긴팔 후드 집업, 셔츠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올해 물량을 전년 대비 95% 늘렸다. 헤지스의 시어서커 반팔 티셔츠도 출시 이후 3차 리오더를 진행했다.

물론 남성들의 '린넨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난달 헤지스의 남성용 린넨 셔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고, 린넨 스트라이프 셔츠는 판매율 90%를 넘겼다. 헤지스는 올해 린넨 셔츠 스타일 수도 전년보다 약 30% 확대했다.

달라진 것은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점. 한여름이면 반팔 티셔츠와 린넨 셔츠를 번갈아 입던 남성들의 옷장에 크로셰와 플리츠, 시어서커가 들어오고 있다. 옷의 색이나 소매 길이만 보던 남성들도 이제는 원단의 짜임과 조직감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엔 린넨'이라는 공식에서 한 발 벗어나는 남성이 늘고 있다"며 "무조건 얇은 옷을 찾기보단 보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는 편이 옷차림에 변화를 주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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