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한 팀 데뷔에 100억…"돈 끌어모아 베팅한다" [K컬처 인사이드]

입력 2026-07-18 12:03  

아이돌 한 팀 데뷔에 100억…"돈 끌어모아 베팅한다" [K컬처 인사이드]

"유스피어도 결국 누군가의 리센느다."

지난 15일 음악방송에서 데뷔 첫 1위를 거머쥐며 눈물을 쏟은 그룹 리센느와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준 그룹 유스피어의 멤버 시안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K팝 팬들 사이에서 잔잔한 울림이 퍼지고 있다. 한림예고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의 포옹은 훈훈함을 자아냈지만, 동시에 대형 기획사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활동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씁쓸한 현실을 대변하며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피어오르고 있다. 자본의 논리에 밀려 주목받기 힘든 환경 속에서도 2년 동안 묵묵히 고군분투하며 무대를 지켜온 리센느가 마침내 값진 결실을 본 것처럼, 수많은 중소 아이돌의 팬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물량 공세가 판치는 시장이지만,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진정성을 알아봐 주는 팬덤이 존재하는 한 '제2의 리센느' 같은 기적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아이돌 한 팀을 궤도에 올리기까지 100억원이 든다", "돈을 끌어모아 베팅한다"는 자조 속에서도 K팝의 다양성을 지탱하는 이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5년 새 제작비 폭등…독점·자본 장벽에 막힌 '중소돌의 기적'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개최한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는 급격한 제작비 상승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업계의 생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영철 미스틱스토리 총괄사장은 "최근 5년 사이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 제작비가 2~3배 이상 급등했다"며 "중소기획사의 평균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조사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인피니트, 마마무, 방탄소년단(BTS) 등 중소기획사에서 출발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중소돌의 기적'은 옛일이 됐다. 최근에는 데뷔 직후 눈도장을 찍은 신예 그룹마저 소리 없이 해체하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 기획사가 뮤직비디오 한 편에 15억원을 쓰고 앨범 마케팅에만 2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자본 장벽을 쌓는 동안, 중소사는 10억원 안팎의 전체 예산마저 바닥나 버텨낼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꺾인 K팝 음반 판매량 역성장 한파는 투어 러브콜을 받지 못하는 중소 기획사의 숨통을 가장 먼저 옥죄고 있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간의 격차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연간 음악 제작비는 평균 431억1000만원에 달하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14억9000만원에 불과해 무려 30배의 격차를 보였다. 자금 부족은 신인 발굴 위축으로 이어져, 지난해 써클차트에 진입한 신인 아티스트 수는 2023년 대비 약 40% 급감했다.
"K팝도 투자 자산"…제작비 15% 세액공제·모태펀드 편입 촉구
중소 기획사들은 정부의 현실적인 재정·금융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나 게임 등 다른 콘텐츠 분야처럼 K팝 역시 원천 지식재산권(IP)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 달라는 요구다.

업계는 구체적으로 △음반 제작비의 10~15% 수준 세액공제 도입 △콘텐츠 지원 펀드(모태펀드) 주목적 투자 분야에 K팝 포함 △음반 구매 소득공제 등을 건의했다. 또한 소규모 레이블의 경우 자금 조달 경로가 사실상 유통사 선급금에 묶여 있는 만큼, 적정 이율의 대환대출 등 대안적 금융 트랙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유식 FNC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매출 규모 등의 한계로 상위 4대사와 격차가 큼에도 중소기업 기준을 벗어나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며 "지원 기준을 '데뷔 3년 이내'로 제한하는 조건 역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체감 대관료가 서울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 지방 공연장의 대관료 구조와 불합리한 지역 조례 개정 등 인프라 개선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깊은 공감을 나타내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 장관은 올해 신설한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리센느, 싸이커스, 튜넥스 등 10개 팀 지원)의 내년 예산을 2배가량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음악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을 위해 재정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인디 음악 지원에도 힘을 싣는 한편, 내년 12월 열리는 초대형 K팝 페스티벌 '페노미논(FANOMENON)'의 골격을 이달 중 발표해 전 세계 K팝 팬들을 한국으로 끌어모으겠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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