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물건도 없다"…2000억 수혈에도 홈플러스 직원들 '한숨' [현장+]

입력 2026-07-17 21:49   수정 2026-07-17 22:22

"팔 물건도 없다"…2000억 수혈에도 홈플러스 직원들 '한숨' [현장+]


"2000억원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지금 매장에 물건도 거의 없어요. 이 돈으로 제대로 다시 운영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결국 9월까지 회생 절차만 연장되는 거라 그때 또 어떻게 될지 불안하죠."

서울지역 홈플러스에서 식음 매장을 운영하는 60대 박모 씨는 최근 회생 불씨를 살린 홈플러스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다른 홈플러스 점포에서 10년 넘게 장사해온 그는 지난해 해당 점포가 폐점하면서 올해 현재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운영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매일 뉴스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소식은 회사가 아니라 기사나 점주 단체 대화방을 통해 접했다"며 "손님이 줄어든 매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사를 보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것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홈플러스가 긴급 운영자금 조달로 회생의 불씨를 살렸지만 마트 직원과 입점 점주들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무기한 휴업이 결정됐다가 다시 자금 조달 가능성이 생기는 등 급변하는 상황 속에 고용과 생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회생 기대에도 여전히 불안한 직원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 대출을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 전액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기로 하면서 회생의 불씨를 가까스로 살리게 됐다.

하지만 마트 직원과 입점업체 점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2주 동안 해도 홈플러스를 둘러싼 국면이 수차례 뒤집히면서 회사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앞서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법원은 지난 3일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운영자금 고갈을 이유로 전 지점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긴급 운영자금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다시 회생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상황이 연일 급변했다.

김병국 홈플러스입점점주협의회장은 "상황이 계속 바뀌다 보니 하루하루 희망고문을 받는 기분이다. 이번 주부터 마트까지 전면 휴업하면서 입점업체들 매출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며 "2000억원 지원도 중요하지만 밀린 납품 대금을 어떻게 지급할지, 마트 내 상품은 언제부터 다시 공급할지 등 정상화를 구체적 계획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직원들과 입점 점주들의 생계로 직결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직원들의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급여를 분할 지급하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일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적지 않다. 실제 올해 1~4월 퇴직한 직원 수는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덕 홈플러스지부 서울지역본부장은 "작년 말부터 월급도 매달 일정하게 나오지 않았다. 어떤 달은 급여의 20%만 들어오고, 어떤 달은 40%만 지급됐다"며 "월급으로 한 달을 버티는 사람들인데 급여가 들쑥날쑥하니 생계를 이어가기 버겁다"고 했다.
관건은 '마트 살리기'…채무보다 영업 정상화 우선돼야
2000억원의 긴급 자금 역시 회생 절차를 연장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도 직원들 불안을 키우는 요인.

홈플러스는 오는 20일 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해 회생 절차 연장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당장 시간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칠 뿐, 경영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의 미지급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만 794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긴급 자금만으로는 상품 공급 정상화와 영업 재개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MBK파트너스가 이번 긴급 자금을 마트 정상화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트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매출이 회복되고, 이를 바탕으로 채무도 갚아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0억원은 회생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채무를 먼저 갚더라도 영업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권자와 납품업체,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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