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가) 너무 이상한 수를 두니까 당혹스러웠다. 시종일관 제 스타일로 판을 짜나가지 못했다."
신진서 9단은 1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TV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연전 1국을 245수 만에 흑 불계패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신 9단은 초일류 기사 중에서도 AI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사로 꼽힌다. AI의 수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인간 특유의 감각을 결합해 '신공지능'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대국에서 카타고는 초반 포석(백 3수)부터 인간 기사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변칙적인 수를 뒀다.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은 이 수에 대해 "평생 바둑을 두면서 처음 보는 수"라고 표현했다. 신 9단은 "'재대국을 해야 하나'라고 느낄 정도로 당황했다"며 "사람이 접해보지 못한 그런 수를 두도록 세팅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AI는 심리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카타고의 예상 밖 수에 당황한 것이다.

신 9단은 전투를 중심으로 실리를 취하는 기풍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번 대국 전략은 '지키는 바둑'이었다. "AI와 전투로 풀어가는 건 거칠게 말하면 자살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카타고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이런 전략도 흔들렸다. 신 9단은 "1선 젖히기(백 49수)에서 제 예상과 다른 바둑이 나왔다"며 "손해를 보지는 않았는데 멘탈적으로 흔들렸다"고 했다.
신 9단은 "10집 미만으로 차이가 좁혀지면서 판이 어려워졌다"며 "수비적으로 뒀다면 계가까지 갈 수 있었을텐데, 중앙 삭감(흑 70수)을 나설 때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좀 더 방어적이었어야 했는데, 너무 공격적으로 갔다는 의미다. 신 9단은 "더 치열하게 두려고 했던게 실패였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번 대국은 중반 중앙에서 나온 흑 70수와 76수로 신 9단의 승률이 99%대 밑으로 떨어졌다. 신 9단이 두 점을 깔고 시작하는 접바둑인 만큼 AI의 형세판단상 승률은 99% 안팎에서 출발했다. 신 9단은 사전 인터뷰에서 “승률이 98%대로 떨어진다면 큰 위험 신호”라고 했다.
이후 우하귀에서 신 9단의 실수(흑 90수)가 나오면서 카타고의 역습이 시작됐다. 중앙 백 대마 공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신 9단은 "중앙 대마 공격에 나섰지만, 카타고가 너무 쉽게 타개에 성공했다"고 승부처를 돌아봤다. 백 103수부터 역전을 허용했다.
신 9단은 "한 달 동안 준비한 게 (카타고의) 두 번째 수만에 날라갔는데, 그 부분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린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남은 대국을 준비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포석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국은 후반 끝내기 바둑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국에서는 이르게 역전을 당했는데,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재연/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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