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로 영어 회화 연습을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잠시 단어를 생각하느라 말이 멈춘 사이, AI가 말이 끝난 줄 알고 끼어들면서 애써 쌓아온 대화 맥락이 흐트러지는 경우요. 그럴 때마다 ‘AI의 말을 끊고 다시 하던 얘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AI와의 대화가 조금 더 사람과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이런 아쉬움은 지금 AI 챗봇 대부분이 ‘한 번씩 번갈아 말하는 구조’로 작동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사람이 입력을 마쳐야 AI가 답을 시작하고, AI가 답을 하는 동안엔 사람이 아무리 끼어들어도 AI는 그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무전기로 통화할 때와 비슷합니다. 말하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처럼요.
잉클링은 전체 파라미터 9750억개, 실제 작동 시 쓰는 파라미터는 410억개인 전문가 혼합(MoE) 구조의 모델입니다.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를 아우르는 45조 개의 토큰으로 학습됐고, 누구나 내려받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됐습니다. 답변의 '생각하는 깊이'를 사용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특징입니다.
사실 스펙만 보면 특별히 새로울 게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나온 오픈AI의 GPT-5만 해도 파라미터 수가 3~5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라미터 수나 학습 데이터 규모는 이미 여러 빅테크가 내놓은 모델에 못미치는 수준이거든요. 이 점을 모를 리 없는 무라티 역시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Inkling은 현재 사용 가능한 오픈소스 또는 클로즈드소스 모델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은 아닙니다. 단지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모델 제품군의 첫 번째 출시작입니다.”
즉 잉클링 자체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이 모델을 토대로 씽킹머신스랩이 그리는 더 큰 그림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 큰 그림이 바로 앞서 언급한 인터랙션 모델입니다.

이런 구조는 문자 기반 채팅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AI에게 리서치나 번역, 코딩을 맡겨놓고 중간에 끼어들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끼어들 필요가 있어도 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AI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AI를 통해 통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AI가 내 생각과 다른 답을 하고 있다면 중간에 새로운 정보나 방향을 곧바로 알려줘야 합니다.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상대의 말이 끝나지 않아도 중간에 치고 들어가거나 추가 정보를 얹어야 하는 경우처럼요. 사람은 말하는 도중에도 새로운 시각·청각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씽킹머신스랩이 지난 5월 시연한 인터랙션 모델은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합니다. AI가 결과를 내놓는 도중에도 추가 정보를 받아들여 반응에 반영하도록 만든 겁니다. 공개된 시연 영상을 보면 AI는 음성으로 답을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의 표정이나 행동을 관찰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질문을 하다가 차를 마시느라 잠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찻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압니다. 심지어 맥락에 맞지 않는 사용자의 말을 자연스럽게 끊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된다면 어떨까요. 전화로 영어 회화를 연습할 때 훨씬 사람 선생님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AI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실시간 통역도 훨씬 사람에 가깝게 구현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런 기술이 담긴 작은 통역기 하나만 들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미래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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