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행복하다…싸이 '흠뻑쇼'가 보여준 공연의 본질 [김수영의 스테이지&]

입력 2026-07-21 08:44  

즐겁고 행복하다…싸이 '흠뻑쇼'가 보여준 공연의 본질 [김수영의 스테이지&]


"준비하시고~ 쏘세요!"

몸이 부서져라 춤추며 노래하는 가수 싸이의 힘찬 에너지에 맞춰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을 갈랐다. 물세례를 맞은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나게 점프하며 떼창했다. 체면치레는 없었다. 오로지 나, 너, 우리만이 있는 공간이 완성됐다. 싸이의 여름 브랜드 공연 '흠뻑쇼'가 보여준 모습이다.

싸이 '흠뻑쇼'가 열린 지난 연휴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광장은 파란 물결로 일렁였다. 공연의 드레스 코드인 파란색의 옷으로 맞춰 입은 사람들이 만든 거대한 파도였다. 17, 18일 각각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인 장소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흠뻑쇼'는 양일간 약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흠뻑쇼'는 싸이가 2011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여름 대표 브랜드 콘서트다. 관객들이 대형 물대포에서 나오는 물을 흠뻑 맞으며 싸이의 수많은 히트곡을 즐기는 구성의 공연이다. "나팔나팔 나팔바지"라는 흥겨운 가사와 함께 리프트를 타고 싸이가 무대 위로 튀어 올랐고, 곧바로 '연예인', '댓 댓(That That)', '뉴 페이스(New Face)' 등 히트곡 릴레이가 펼쳐졌다.

'히트곡 부자'인 싸이답게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이 떼창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목청껏 따라부르며 즐길 수 있도록 모든 곡의 가사가 스크린에 쉼 없이 띄워졌다. '흠뻑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관객들은 초반부터 물에 흠뻑 젖었다. 물대포의 물줄기는 공연장 곳곳을 빈틈없이 찾아갔다. 땀이 뚝뚝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지만, 단 몇 곡 만에 몸의 열기가 씻겨 내려갔다.

'흠뻑쇼'는 여러 콘서트 중에서도 체력 소모가 상당한 공연으로 유명하다. 앙코르까지 약 4시간 동안 "뛰어!"라고 호령하는 싸이의 외침에 수만 명이 일제히 음악에 몸을 맡기고 점프한다. '젠틀맨(GENTLEMAN)', '라잇 나우(Right Now)', '대디(DADDY)', '흔들어 주세요' 등 폭발적인 곡의 에너지 못지않게 관객들은 웅장한 땅의 울림을 만들어냈다.


땅의 울림이 즐거움을 대변한다면, 객석에서 포착되는 환한 표정들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싸이는 공연을 하며 여러 차례 "행복해?"라고 물었다. 그러고는 "여러분들이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계속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이 끝나고 나갈 때 단 한 분이라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분이 행복해질 때까지 노래하고 춤추고 랩 하겠다"고 말해 박수받았다.

즐거움과 행복을 마음껏 누릴 권리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현장에는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함께했다. 연령별로 함성 테스트를 하자 20대가 가장 우렁찬 소리를 냈고, 30대 역시 힘차게 소리쳤다. 50대 이상 관객들의 공연장 나들이는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녀들과 동행하거나,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색다른 피서를 택한 이들이었다.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감동을 안겼다. 48세의 싸이가 20대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20대들에게 가장 핫한 장소로 꼽히는 '흠뻑쇼'에 만반의 준비를 한 어르신들이 찾았다.

실제로 '흠뻑쇼'의 매력으로 꼽히는 게 세대를 뛰어넘은 진한 공감과 소통이다. 싸이의 음악은 마냥 신나는 B급 감성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 러브 잇(I LUV IT)'에서는 관객들에게 "난 내가 너무 좋아"라고 여러 차례 외치게 했고, '아버지' 무대 때는 손을 꼭 잡은 부부, 서로를 힘껏 끌어안은 부모와 자녀의 모습이 포착됐다. '감동이야'의 가사인 "무대가 없었다면 나란 놈. 마치 꽃이 피지 않는 그런 봄", "감동이야. 너의 눈빛과 함성 소리가 있는 곳이 내겐 바로 홈이야"라는 이야기는 무대 위의 싸이 그 자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객석을 바라보는 싸이의 눈은 수시로 붉어졌다. 관객과 가수 모두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었다.


싸이가 밝힌 바에 따르면 과천 공연에 동원된 스태프는 1500여명이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관객들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땠을까', '오늘밤새', '기댈곳', '챔피언' 등 계속되는 히트곡 무대에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은 2026년의 남은 시간을 살아가게 할 가장 강력한 응원이었다. 해를 더해가며 더 농익은 맛으로 행복의 씨앗을 심고 있는 '흠뻑쇼'였다. 신규 관객과 N차 관객 함성 테스트에서는 거의 반반의 결과가 나왔다. 이는 '흠뻑쇼'의 현재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은 길다. 관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흠뻑쇼' 후기를 올리며 행복했던 기억을 상기하고 있다. 싸이는 게시물에 일일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있다. 웬만한 후기에는 다 그의 댓글이 달려 있다. 물을 맞은 관객들이 마음 편히 귀가할 수 있도록 과천에서 사당까지 가는 무료 셔틀이 마련돼 있었다는 점도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공연에 진심인 열정적인 가수, 놀 줄 아는 관객들, 넘치는 즐거움·행복·배려, 체면은 버리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공간 안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60억뷰라는 대기록을 썼다. 싸이는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하늘색 재킷과 블랙 보타이를 착용하고 관객들과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딱 한 마디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예술이야'.

과천 공연의 게스트로는 첫날 박재범·에픽하이, 둘째 날 씨엘·잔나비가 함께했다.

의정부, 대구, 인천, 과천 공연까지 마친 '흠뻑쇼'는 이후 원주, 수원, 광주, 부산, 대전으로 이어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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