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장에 휩쓸리지 말고, 가치투자에 집중해야 할 때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시장 참여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차익을 실현할 핑계를 찾는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을 강력하게 견인해온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주에 대한 조정심리가 최근 확산하기 시작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겠느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면서 장밋빛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환율 변동성이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는 더 위축됐다. 외국인 등은 주가 급등과 호재 소멸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고 대형 반도체 주식을 팔아치웠다. 빚 투자로 인한 반대매매나 기계적 프로그램 매도도 벌어졌다. 계절적으로 미국 연기금이나 글로벌 대형 기관들의 휴가철과 맞물려 수급이 부족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과 반도체 비중을 많이 늘려놓은 외국인과 기관이 반기 말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유동성이 말라가면서 시장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심(小心)장'으로 바뀌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코스피 급등락에 일조했다. 주가 하락 때 매도 압력과 변동성을 키웠다. 전 세계 증시에 이미 도입된 도구여서 상품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시장에 도입된 시기는 아쉽다. 시기적으로 증시가 한껏 과열되고 반도체 쏠림 현상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상품 구조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나온 측면이 크다. 이참에 이를 반성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상품의 리밸런싱(보유 비중 조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격을 완화할 장치를 마련하고, 투자자가 상품 구조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 공격적인 상품에 대해서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는 등 금융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 기업가치나 실적 등 기초여건(펀더멘털)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주가는 하루 만에 폭등이나 폭락할 수 있다. 단기적인 주가 급등락은 펀더멘털의 훼손보다 수급(자금의 이동)과 심리(공포와 탐욕)의 악순환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로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나선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가 돌변하면 "지금 안 팔면 다 잃는다"는 극단적 투매(패닉셀링·Panic Selling) 심리로 순식간에 돌변한다. 금리나 지표 변동 등에 과도하게 반응해 공포심이 커지고, 시장은 매수자가 자취를 감추는 '수급 공백' 상태가 된다.

# 역사상 투자 대가들도 단기 주가를 움직이는 힘은 펀더멘털보다 수급과 심리라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이에 휩쓸리지 말고 투자 대상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남들이 탐욕스러워할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고 했다. 그는 심리적 절제와 인내가 투자의 본질임을 강조하면서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Peter Lynch) 역시 "투자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배짱이다. 증시에서 손해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하락 공포 때문에 가장 나쁜 시점에 주식을 팔아치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투자자가 직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감정)"이라며 수급과 심리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조울증'에 걸린 시장에서는 이기려 하기보다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자칫 휩쓸리다 정신을 차려보면 패배를 마주할 수 있다. 폭풍우가 칠 때는 파도가 누그러질 때까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투자 대상의 펀더멘털에 집중해 자제와 인내를 발휘하라는 대가들의 조언에 어느 때보다 귀 기울여야 할 때로 여겨진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