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겨울왕국'의 시간…"韓 공연, 가장 완성도 높은 버전" [인터뷰+]

입력 2026-07-19 08:57   수정 2026-07-19 09:03

드디어 '겨울왕국'의 시간…"韓 공연, 가장 완성도 높은 버전" [인터뷰+]


뮤지컬 '겨울왕국'이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전 세계에 '렛 잇 고(Let it go)' 열풍을 일으켰던 원작 영화의 막강한 IP(지식재산권) 파워에 무대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라이브 경험이 가미돼 이전과는 또 다른 판타지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겨울왕국'의 제작진들과 만났다. 자리에는 협력 연출 에이드리언 사플(Adrian Sarple), 협력 안무 찰리 윌리엄스(Charlie Williams), 협력 음악 수퍼바이저 세바스티안 데 도메니코(Sebastian de Domenico),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 아담 젭슨(Adam Jepson)이 참석했다.

디즈니 원작 영화인 '겨울왕국'은 2013년 시즌1 개봉 당시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2019년 시즌2로 14억 5300만 달러의 수익을 낸 글로벌 히트작이다. 한국에서도 시즌 1, 2가 전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거센 인기를 과시했다. 시즌1은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의 국내 관객 1000만명 돌파'라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영화의 흥행에 이어 '프로즌'이라는 이름으로 무대화한 뮤지컬 역시 어린이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2018년 3월 22일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초연해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고 사전 예약 기록을 세웠다. 이후 북미 투어를 비롯해 웨스트 엔드, 일본, 호주, 독일, 싱가포르, 네덜란드를 거쳤고 드디어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이 제작한 '겨울왕국'은 앤드류 플랫(Andrew Flatt)과 앤 쿼트(Anne Quart)의 총괄 아래, 총 18회의 토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제작진이 참여했다. 영화에 이어 뮤지컬의 작사·작곡은 그래미상, 에미상, 아카데미상을 각 2차례 수상자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Kristen Anderson-Lopez)와 역사상 유일한 EGOT 2회 수상자 로버트 로페즈(Robert Lopez)가 맡았다.

한국 공연에는 전 세계 프로덕션을 이끈 협력 연출 에이드리언 사플, 협력 음악 수퍼바이저 세바스티안 데 도메니코, 협력안무 찰리 윌리엄스,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에 아담 젭슨이 함께한다. 한국 측에서는 '비틀쥬스'·'킹키부츠'를 맡았던 심설인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백두산 안무 감독, 설도권 프로듀서,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가 제작에 나섰다.


협력 연출 에이드리언 사플은 "영화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면서 "영화에서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특정해서 보여주지만, 무대는 넓게 펼치기 때문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시선을 두고 봐야 할지 부분을 부각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엘사, 안나 배역에 각각 트리플 캐스팅이 된 것을 한국 공연의 신선한 지점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배우가 하나의 배역을 매일 소화하는 브로드웨이 및 웨스트 엔드 등 해외와는 다른 시스템이다.

사플은 "연습 시에는 힘든 부분도 있지만, 배우들이 다른 배우가 하는 걸 지켜보면서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해석을 얻어갈 수도 있더라"며 "안 나와 엘사 배우를 합치면 6명이다. 같은 역할인데도 각자 색다른 매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여러 번 작품을 본다면 매번 색다른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을 거다. 페어 조합에 따라 다른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고 덧붙였다.


엘사 역은 배우 정선아,·정유지·민경아가 맡으며, 안나 역은 박진주·홍금비·최지혜가 연기한다.

사플은 "'겨울왕국'은 캐스팅하기 쉬운 작품이 아니다. 뮤지컬계의 올림픽"이라면서 "엘사는 수많은 명곡을 소화해야 하므로 가창력이 좋아야 한다. 파워풀한 가창력이 필요하다. 안나도 노래가 어렵고, 여기에 코미디까지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를 다니며 캐스팅하다 보면 어리고, 젊고, 새로운,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을 캐스팅할 때도 있는데 대체적으로는 농후한 경력을 지닌 분들을 캐스팅한다"고 덧붙였다.

협력 음악 수퍼바이저 세바스티안 데 도메니코는 한국 공연 오디션에서만 특별히 K팝 곡을 추가로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배우분들이 부르는 K팝은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국 배우들은 K팝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노래할 때의 멜로디, 선율에서 K팝 느낌이 났다. 음색 자체도 깨끗하고 정직한 소리가 난다. 소리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미국의 팝송과는 또 다른 발성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합창할 때 유독 그 특색이 잘 드러난다"면서 "합창에서 K팝스러운 음색이 조금 더 도드라진다. 다 같이 부를 때 소리가 매우 특별하고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음악과 관련해 더 구체적으로 도메니코는 안나가 1막에서 가창하는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에버(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난도가 높은 곡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노래도 어려운데 연기까지 해야 한다는 게 안나들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려운 곡이라 경험이 많은 배우가 필요했다. 다행히 한국 배우들은 경험이 많아서 잘 소화 중"이라고 전했다.

'겨울왕국' 최고의 OST인 '렛 잇 고'와 관련해서는 "곡 자체도 어렵지만, 엘사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큰 부담을 갖기도 하는 곡"이라고 했다. 도메니코는 "전 세계인들이 너무나 잘 아는 노래를 불러야 하므로 배우들이 완벽하게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느끼더라.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노래인데, 부담감까지 안고 하기 때문에 엘사에게는 배우 인생의 또 하나의 큰 도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과 사운드가 독특하게 나는 편이다. 지금 배우분들이 내는 소리는 정말 환상적"이라고 자신했다.


뮤지컬 '겨울왕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안무와 퍼펫이다. 협력 안무 찰리 윌리엄스는 "1막에서는 아렌델의 따뜻하고 안개가 깔린 분위기가 나고, 2막에서는 모든 세상이 얼어붙는다. 안무도 그에 따라 동작이나 스타일이 달라진다. 눈여겨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퍼펫을 담당한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 아담 젭슨은 "스벤 역은 강인함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스벤을 맡는다는 건 거의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면서 "퍼펫을 맡은 배우들은 기초 동작부터 배우게 된다. 인간으로서 기립 보행하는 게 익숙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관련 훈련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역에 대해서는 "배우들이 관객들 눈에 보인다는 게 특색"이라면서 "보통 퍼펫을 운용할 때는 배우가 다 가려지지만, 올라프 배우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그 또한 배우에게는 색다른 도전일 거다. 배우 입장에서는 매우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사플 연출은 "배우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라면서 "첫날엔 배우들이 거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퍼펫을 착용한다. 이후 연습과 노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다. 큰 퍼펫을 배우들이 어떻게 운용하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객석에 엘사 드레스를 입은 어린이 관객들이 즐비한 해외 공연장의 모습은 '겨울왕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환상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또 다른 강점은 어른 팬층도 두껍다는 것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개봉 당시 디즈니 특유의 동심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서사에 진한 자매애까지 보여주며 수많은 '어른이'들을 울렸던 바다.

사플 연출은 "자식들을 데려간 부모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면서 "어른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감정들을 극대화해서 작품에 많이 넣었다. 신나는 안무와 아름다운 넘버까지 합쳐지니 어른 관객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미 영화로 강한 팬층을 가진 작품이고, 팬들이 사랑하는 장면들이 있기 때문에 실망하시지 않도록 잘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브로드웨이로 갈 때까지 아주 많은 비평가, 관객, 지인들, 디즈니 임원분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고 8년이 흘렀다. 한국 공연이 아홉 번째 프로덕션이다. 그동안 배우고 정리해온 것들이 다 통합된 버전을 보시게 될 거다. 여태 '겨울왕국' 버전 중에 가장 좋은, 완성된 버전을 보는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겨울왕국'은 오는 8월 13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내년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이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도 공연을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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