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필수 의약품' 지정…한국선 3번이나 퇴짜 맞았다

입력 2026-07-19 07:23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허용 방안 검토를 지시한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이 전 세계 10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7% 또한 사용을 허용하고 있었다.

19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은 전 세계 101개국에서 사용이 승인되고 있었다. 시작은 1988년 프랑스였다. 이후 1991년 영국, 1992년 스웨덴, 1999년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등 15개국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0년도에 약물 사용을 승인했다. 호주는 2012년, 캐나다는 2015년, 일본은 2023년 임신중지 약물 사용이 허용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임신중지 약물을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하거나 우편으로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4년 6월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달라며 제기한 낙태 반대단체들의 소송을 만장일치로 기각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만 보면 38개 회원국 가운데 33개국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임신중지 약물 사용이 불법인 국가는 한국, 폴란드,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코스타리카 등 5개국뿐이다.

'미프진'이라는 제품명으로 유명한 임신중지 약물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 오른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임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 성분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 성분이다.

WHO는 세계적으로 임신중지의 45%가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와 질병 감염을 임신중지 약물 사용으로 막을 수 있다고 봤다. WHO는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모성사망률을 낮추고 임부와 여아의 존엄성을 보호해준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임신중지 약품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현대약품은 2021년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품목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입법 시한인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6년째 법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식약처는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판매 허가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 번 받은 것을 숨기고 도입을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더라도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재량권을 주자는 취지로 발언한 만큼, 조만간 관련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말씀한 내용에 따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논의가 더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우리 부도 적극 협조하며 일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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