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신세였는데"…한국 증시, 글로벌 바로미터로 부상

입력 2026-07-19 13:09  

"변방 신세였는데"…한국 증시, 글로벌 바로미터로 부상


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변방 입지를 급속도로 벗어나 글로벌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 증시는 과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변부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이 전 세계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런던과 뉴욕, 도쿄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거래를 시작하기 전 한국 증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새로운 루틴이 됐다.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일본 주식전략 책임자는 올해 초 20여년 경력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차트를 면밀 관찰 대상에 넣었다.

HSBC의 헤럴드 반 데어 린데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는 요즘 한국이 "모든 회의에서"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런던의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이제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라며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살펴 AI 투자 심리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투자심리에 좌우되는 거래 흐름이 글로벌 AI주의 방향을 24시간 내내 좌우하기도 한다. 한국 시장이 마감한 뒤에는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어서다. 레다는 "(한국 시장 관련 투자심리를) 거의 24시간 추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주 두드러졌다. AI 수요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코스피가 지난 13일 하루 만에 9%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 이 같은 약세는 미국 증시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 ADR도 9.3% 하락해 다른 주요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연계성은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이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인 수치다.

이반 파인세스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사실상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동일한 변동성 생태계에 편입됐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코스피가 이제 미국 AI와 반도체 관련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pre-market)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멀리 떨어진 부차적 신흥시장"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특히 한국 주가가 하락할 때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 증시 약세 국면에서 나스닥100지수가 코스피 움직임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지난 7일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다만 한국 증시의 급락이 이어질 경우 영향력은 다시 약화할 수 있다. 코스피는 6월 고점 이후 25% 하락해 시가총액 약 1조달러가 증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레버리지 거래가 주가 변동을 증폭시키면서 코스피는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변동성이 큰 지수 중 하나가 됐다는 점도 블룸버그는 지목했다. 고바야시 지사 UBS 스미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 일본 주식전략가는 레버리지 거래에 따른 변동성이 큰 비교적 미성숙한 시장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괴리될 수 있어 매매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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