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 이틀째 난항…"불 끄기 어려운 구조" [현장+]

입력 2026-07-19 16:28   수정 2026-07-19 16:32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 이틀째 난항…"불 끄기 어려운 구조" [현장+]


“어제 난 불이라 금방 꺼질 줄 알았는데, 직접 와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네요.”

19일 낮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앞. 건물 상층부에서는 짙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고, 건물 주변에 배치된 고가 사다리·굴절차는 쉴 새 없이 물을 쏟아냈다. 현장 건너편에는 인근 주민과 사업장 관계자 20여명이 모여 “왜 이렇게 불이 안 꺼지느냐”며 진화 상황을 지켜봤다.

물류센터에서 약 5㎞ 떨어진 곳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60대 권모씨는 직원들의 출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는 “뉴스만 봐서는 불의 규모를 알기 어려워 직접 확인하러 왔다”며 “직원들을 무리하게 출근시켰다가 문제가 생길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난 불이니 당연히 진압됐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연기도 많고 매캐한 냄새까지 나 당황했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 바로 맞은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은희씨(46)는 “화재 초기에는 흰 연기만 보였지만 전날 오후부터 연기가 검게 변하고 냄새도 심해졌다”며 “오후 4~5시께는 ‘쾅쾅’ 하는 파열음이 들리고 가게 앞 아크릴 벽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쿠팡 측이 소방대원들에게 제공해 달라며 이 카페에서 음료 400잔을 선결제했고, 인근 사업자들도 100잔가량을 추가 결제했다고도 설명했다.
31시간 넘게 진화…화점층엔 진입도 못 해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와 2단계를 잇달아 발령한 데 이어 인근 8개 시·도의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렸다.

현장에는 소방관과 경찰관 등 575명과 장비 221대가 투입됐다. 인천 소방 장비와 다른 시·도의 지원 차량을 포함한 특수차량 28대가 건물을 둘러싸고 상층부에 물을 뿌렸고, 소방헬기도 공중 진화에 나섰다. 19일 오전 3시14분부터는 일반 소방차보다 훨씬 많은 물을 쏟아내는 대용량 포방사 시스템도 가동됐다.

하지만 불은 발생 31시간이 넘도록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6층과 불이 번진 7층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5층에 진입해 아래층으로 불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불이 난 물류센터는 연면적 29만9000㎡, 지상 8층 규모다. 내부는 높이 쌓아 올린 3단 선반 구조로 돼 있으며 생활용품과 종이상자, 비닐 포장재 등 각종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있다. 불은 6층에서 시작해 7층으로 번졌지만 다른 층으로의 추가 확산은 현재까지 차단된 상태다.

내부 진입이 어려운 것이 진화를 더디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허석경 인천서부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열린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무더위 속에서 넓은 공간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대원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내부 선반이 무너지면서 통로 폭이 좁아져 진입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창고는 내부 구조가 복잡해 화재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은 사다리차를 활용해 진화 작업을 하다가 연기를 마셨고, 다른 한 명은 현장 안전관리 업무를 하던 중 탈진했다.
연기·파편에 인근 주민들 '불안'
화재가 장기화하면서 인근 주민과 근로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물류센터 인근 아파트에 사는 고등학생 정현우 군은 “창문을 닫고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더워서 열었더니 냄새가 났다”며 “주변에 아파트가 많은데 유해 연기가 어디로 퍼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석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박영호 씨(60)는 “머리가 아프고 눈이 시릴 정도로 매캐해 아내와 반려견은 친척 집으로 보냈다”며 “옥상에도 재가 먼지처럼 굴러다니는데 주민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화재가 난 센터에서 약 1년간 근무했다는 쿠팡 직원 강모씨는 이날 인근 다른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연기 냄새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더니 얇은 일회용 마스크 한 장을 받았다”며 “결국 조퇴했지만 그만큼 일당이 줄어드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화재 현장 주변에서는 통신사 관계자들도 외벽 파편에 따른 광케이블 손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슬레이트 등 건물 파편이 광케이블에 떨어지면 이 일대 전화와 인터넷, 방송 서비스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우회 통신망을 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사실상 불 끄기 어려워"
소방당국은 6·7층 화점층에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집중 방수와 5층 방어선을 통해 연소 확대를 차단한 뒤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내부 진화에 나설 방침이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장기화하는 이유는 건물 내부에 탈 물질이 많고, 높은 층고 및 선반식 적재 구조가 진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더라도 높은 선반과 적재물이 물줄기를 가리면 아래쪽 불길까지 물이 닿지 않을 수 있다. 짙은 연기와 고열 때문에 소방대원이 직접 발화 지점에 접근하지 못하면, 내부에서 가연성 물질들이 모두 탈 때까지 기다리고 외부에 물을 지속적으로 뿌려 다른 층이나 인접 시설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 물류센터는 높은 선반에 종이상자와 비닐 등 가연물이 대량으로 밀집돼 있어 일단 불이 붙으면 화세가 급격히 커진다”며 “적재물이 스프링클러의 물줄기를 가리고 짙은 연기와 고열, 붕괴 위험까지 발생해 소방대원이 내부로 진입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 진화 시기를 놓치면 사실상 불을 끄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완진 이후 합동 감식을 통해 발화 지점과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초기 대응 과정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공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야 하지만 과전류와 전선·콘센트 이상, 전동지게차 배터리, 폭염에 따른 열 축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며 “물류센터 화재는 대응보다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5년 전 덕평 화재 있었지만 되풀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에서는 불이 나흘 넘게 이어졌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방재실 직원들이 화재 경보가 반복해서 울렸는데도 현장 확인 없이 오작동으로 판단해 시스템을 여러 차례 초기화하면서 스프링클러 가동이 지연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정부는 대형 물류센터에 공기흡입형 감지기 등 특수 화재감지기와 강화된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도록 관련 기준을 손질했다.

그럼에도 5년 만에 같은 회사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장시간 화재가 재발하면서 법정 기준 이상의 예방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 교수는 “5년 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만 맞추는 데 그치고, 시설 특성과 실제 위험도에 맞는 추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크차단기와 불꽃 감지·자동소화 기능이 있는 콘센트 등 예방설비를 설치하고 전기 부하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며 “층고가 높은 물류창고는 천장 스프링클러만으로 높은 선반과 적재물에 가려진 불을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법적 기준을 넘어 선반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창고 구조에 맞춘 안전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김영리/류병화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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