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내년 반도체 수요 '아비규환'급…증설 만이 생명줄"

입력 2026-07-19 14:48  

최태원 "내년 반도체 수요 '아비규환'급…증설 만이 생명줄"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 격차가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는 올해보다 최소 60~100%, 전체 반도체 수요는 최소 50~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7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계기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AI 쪽으로만 한정해도 올해보다 내년 수요가 최소 60~100%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전체 반도체로 봐도 최소 50~60% 이상 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내년 공급 증가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그런데도 내년에 늘어나는 공급량이 거의 없는 정도"라며 "그러니 올해보다 내년은 훨씬 더 (수요와 공급)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확보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아비규환이라는 이야기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족은 기업을 넘어 국가 안보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국가 안보 문제가 걸려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구해 기업에 줘야만 생산이 돌아갈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간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이는 꽤 큰 문제로 계속해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기업이지만 앞으로는 정부도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기 시작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미 투자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해왔다"며 "전혀 신기하지 않다"고 답했다.

생산능력은 최대한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선을 다해서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스케일도 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후보지로는 호남과 미국 등을 거론했다. 그는 "호남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가능하다면 지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를 다 찾아서 어디가 제일 좋고 빠르고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짓는 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처럼 됐다"고 강조했다.

생산능력 확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조기에 끝낼 수 있다는 우려에는 시장 정상화라는 관점으로 반박했다. 최 회장은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라며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계속 더 올려서 칩플레이션이 심화하면 무조건 얻어맞는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최 회장은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려도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다"라며 "시장을 보호하면서 키워야 한국 반도체 산업도 유지·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이후에는 에너지와 전력장비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소재와 건설 분야에서도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 회장은 "AI가 움직이면 전선과 전선 소재까지 동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가격이 들썩이고 있고 해저케이블도 모자란다"고 전했다. 건설 분야에 대해서는 "건설도 1, 2년마다 스펙이 다 바뀌다 보니 참 힘들다"고 말했다.

AI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인프라를 만드는 데 돈만 들어가고 아웃풋은 안 나오는데, 그 바퀴가 돌아가면 AI는 자생적으로 돌아가는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I의 발전 단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4살짜리 같은 지금의 AI한테 완벽한 걸 기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라서 범용 인공지능(AGI)이 돼도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하나인 1000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는 고객사와 인프라 확보, 자금 조달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건 이미 고객이 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이어 "파이낸싱 조건으로서 최소 5년 최장 15년짜리 장기 계약이 존재해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전기화 사회로 가는 거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매년 지어야 할 데이터센터 총량을 계산해보면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주로 썼는데 이제 이들을 다 전환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비용이 엄청나지만 지구온난화 문제 등을 볼 때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정부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원전부터 모든 기저 발전은 다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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