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마아파트에서 올해 2월 화재가 발생해 여고생 1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앞서 해당 가구의 전기공사에서 무자격자가 전기 배선을 시공한 정황이 소방당국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했다. 강남소방서 조사팀은 이번 사고를 일단 원인 미상으로 종결했으나 "배선 손상, 접속 불량 등 시공 결함으로 인한 발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남소방서 조사팀은 167쪽 분량의 화재조사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를 일단 원인 미상으로 종결했다. 이는 발화 원인을 가리키는 물리적 증거가 모두 불에 탔기 때문이다.
다만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이사 직전 이뤄진 전기 배선 공사 중 업체 측 부주의 등이 화재의 전기적 요인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조명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방 천장 내 전선끼리 안정성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연결된 점, 그마저도 불연성 보호재로 덮이지 않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동의 14층 건물 중 8층에 있는 가정집에서 불이 나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 난 가정집에 거주하던 가족 중 2명이 다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큰딸 김양이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이 주방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했으나 화재 발생 후 5개월이 지나기까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소방서 조사팀은 김양의 가족이 이사하기 직전 진행된 인테리어 전기공사의 시공 결함이 화재의 전기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임대인은 올해 1월 중개업자 권유로 세대를 전면 개보수했다. 중개업자가 연결한 인테리어 업체는 내력벽을 허물어 주방을 인접한 작은 방까지 넓혔고, 이 과정에서 두 공간의 조명을 보다 큰 조명으로 합치는 전기공사가 진행됐다. 기존 조명으로 연결된 전선들을 각각 1m와 1.2m씩 연장해 새 조명에 붙이는 작업에서 작업자들은 이른바 '쥐꼬리 접속' 방식으로 기존과 신규 배선을 접붙였다. 쥐꼬리 접속은 피복을 벗긴 두 전선의 구리 선끼리 공구로 꼬아 절연 테이프를 칭칭 감는 방식이다.
작업자는 조사팀에 해당 방식이 전용 커넥터로 전선을 압축·결합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실제 이 방식으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사팀은 이에 대해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하고 접촉 저항을 올려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배선 손상, 접속 불량 등 시공 결함으로 인한 발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선 작업자들은 전기 기술 자격증이나 면허도 없었는 무자격자로 조사됐다. 이들은 화재 예방차 통상 전선에 씌우는 보호용 관도 설치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임의로 전선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신규 전선과 노후 전선이 혼용됐을 것"이라며 "연속적 쥐꼬리 접속 부위가 여럿 확인되며 안전 점검 없이 시공돼 국부 발열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동주택 관리 규약에 전기공사 면허 확인 절차를 명시하도록 권고해 무자격자의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통상 전기 시설물 등 공사는 아파트 관리주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당시 업체 측은 관리사무소에 문제의 배선 공사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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