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내년 최저임금을 얼마로 정할지를 두고 노사와 정부가 긴 협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매년 이맘때 노사 공익 대표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올해 협상에선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3.7% 올랐다. 노사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어느 한쪽이 퇴장하지 않고 표결 처리된 점은 의미가 있었다.매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협상 줄다리기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그래서 초래한다. 프랑스처럼 물가와 경제성장률 등 객관적 지표에 연동하는 법적 산식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을 꼭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 도입 이후 노사 공익위원이 함께 결정해 왔고 국제노동기구(ILO)도 노사 참여를 권고한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방식 변경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결정 권한을 가진 공익위원을 선정할 때 정치적 성향보다 경험과 전문성을 우선해야 한다.
내가 오래 마음에 걸렸던 문제는 주휴수당이었다. 이 문제를 가장 무겁게 체감하는 사람이 중견, 중소기업보다는 골목의 소상공인, 자영업자기 때문이다. 유급 주휴제도는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일반적이던 시절 도입됐다. 한 주의 소정 근로를 모두 마친 근로자에게 주당 8시간, 즉 하루치 유급 휴일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지금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소정근로시간이 주 48시간에서 44시간, 다시 40시간으로 줄었는데도 주휴제도의 기본 틀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되지만 월급으로 환산할 때는 월평균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이 아니라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영세 사업자와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에 더 크게 반발하는 배경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제도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근로자를 보호하려던 주휴제도가 어려운 처지의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주휴가 적용되지 않아 근무 시간을 쪼개 채용하는 편법도 생겨났다. 제도가 사람을 보호하기보다 제도를 피해 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면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휴제도를 하루아침에 없애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다면 제도도 현실에 맞게 조금씩 손질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에서도 이 문제를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해 주휴제도를 점진적으로 손질한다면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덜고 해마다 반복되는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도는 한 번 만들었다고 영원히 같은 모습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뒤집을 일도 아니다. 오래된 나무를 베기보다 가지를 다듬듯 시대에 맞게 조금씩 손질해 가는 것이 더 좋은 길일 때도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의 현장에서 서로의 한숨보다 공감의 웃음이 더 많아지는 풍경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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