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인물을 독점하려고 하지 말라

입력 2026-07-19 17:14   수정 2026-07-20 00:09

[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인물을 독점하려고 하지 말라

올해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팀’이라고 불린다.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 직접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두 골 모두가 메시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한 선수가 이처럼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며 축구를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까지 등극한 사례는 드물다.

그런데 놀랍게도 메시는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스페인 국가대표로 뛸 뻔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가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기 3년전인 2019년 비센테 델 보스케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메시를 스페인 국가대표로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메시는 13세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뛰었고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선수들과 바르셀로나 동료 다수가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이었다. 축구 스타로 성장하고 전성기를 누린 무대 역시 스페인이었다. 그는 결국 태어난 조국 아르헨티나를 택했지만, 여전히 메시를 스페인 축구의 상징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여러 국가나 지역이 자신의 대표 인물이라고 여기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엔 악몽으로 남은 대회지만, 16년 만에 첫 경기 승리를 거둔 직후 분위기는 뜨거웠다. 1차전 결승 골의 주인공 오현규 선수를 두고 ‘남양주의 아들’이라며 장난기 섞인 이야기가 등장했다. 체코전 직후 찾은 전북 남원시에는 오현규 선수의 골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친이 전북 남원시 출신으로 남원 대표 음식인 추어탕 식당을 운영하고, 오현규 선수도 자신을 ‘남원의 아들’이라 여길 만큼 추어탕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이유였다. 대표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오현규 선수의 활약이 계속됐다면, 남원시와 남양주시가 오 선수를 두고 기분 좋은 경합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남양주시에는 오현규 선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있다. 조선의 대표적 저술가이자 경세가인 다산 정약용이다. 시는 다산정약용브랜드위원회를 운영하고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정약용 도서관’과 ‘다산 유적지’를 관내에 조성했다. 한국공공브랜드진흥원과 남양주시가 지난 4월 개최한 ‘다산 정약용의 길, 도시를 잇다’ 브랜드 포럼에서 눈길을 끈 것은 경북 장기면에서 온 발표자였다. 다산이 장기면에서 약 7개월간 유배 생활을 하며 남긴 자취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전남 강진군에도 다산이 유배지로 18년 동안 머물며 남긴 흔적을 기념하는 다산기념관이 있다.

지난 11일 충남 예산군에는 추사 김정희를 기념하고 관련된 작품과 유물을 전시하는 추사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경기도 과천시에는 추사박물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추사관이 있다. 과천은 추사가 생애 마지막 4년을 보낸 곳으로 생부가 지은 초당이 있다. 대정은 추사가 유배를 와 지역민을 가르치고, 특히 걸작 ‘세한도’를 남긴 곳이다.

특정한 인물을 한 지역에서 독점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위인의 업적을 한 지역에 가두는 순간 그 가치도 작아질 수 있다. 대표하는 인물이 작아지면 지역 브랜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남양주시는 장기면의 다산 기념사업 담당자를 초청했고, 과천시와 제주도는 예산군 추사기념관 개관에 맞춰 자신들의 소장품을 기꺼이 빌려줬다. 여러 지역이 함께 손을 맞잡을 때 위인의 가치는 더욱 빛나고, 지역 브랜드 역시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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