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수술하기 가장 좋은 나이

입력 2026-07-19 17:13   수정 2026-07-20 00:09

회진을 마치고 병실 문을 나설 때, 등 뒤로 나지막하게 보호자와 환자의 대화가 들릴 때가 있다. “교수가 생각보다 너무 젊은 거 아니야?”, “왜 젊은 교수한테 수술 받니?”. 한때 자주 듣던 말인데, 요즘은 머리에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기 시작해서인지 그 빈도가 많이 줄었다. 주변에는 아예 젊어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새치 염색을 하지 않는 교수도 있다. 진료실에서 ‘젊어 보인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초심자 아니냐’는 걱정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반대의 걱정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집도의가 연배가 있으면 환자와 보호자는 또 이렇게 생각한다. “손이 떨려서 수술 못 하시는 건 아니겠지?”, “오후 수술이던데 피곤하셔서 집중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젊으면 경험이 없어 불안하고, 나이가 들면 체력과 집중력이 걱정된다면, 도대체 수술하기 가장 좋은 의사의 나이는 몇 살일까.

실제로 집도의의 나이와 수술 결과의 관계를 분석한 해외 연구들이 있지만, 나이 하나로 수술의 질이 결정된다는 결론은 어디에도 없다. 수술은 손끝의 기술만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에게는 최신 지식과 새로운 술기, 그리고 체력이 있다. 연륜 있는 의사에게는 수많은 변수를 겪어낸 경험과 예상치 못한 위기 앞에서의 침착함이 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실력인 셈이다.

또한 ‘젊어 보인다’는 인상과 ‘경험이 없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대학병원에서 교수라는 호칭을 얻기까지는 의과대학 6년과 인턴, 전공의, 전임의를 거치는 십수 년의 수련이 필요하다. 얼굴은 다소 젊을지 몰라도, 그 손이 지나온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무엇보다 현대의 수술은 개인기가 아니라 팀 경기다. 집도의 곁에는 마취과 의사와 수술실 간호사, 함께 수술하는 동료 의사들이 있고, 수술 전후로는 여러 진료과와 병동 의료진이 환자를 함께 지킨다. 한 사람의 나이가 아니라, 이 촘촘한 시스템 전체가 환자의 안전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수술하기에 최적의 나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것은 최적의 준비, 그리고 최적의 팀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젊은 의사가 불안하고, 누군가는 나이 든 의사가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수술방의 무영등 아래에서 나이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오직, 준비된 손과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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