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이 법무법인 와이케이(YK)의 도움을 받아 경쟁사로 이직한 전 직원에게 뺏길 뻔한 핵심 기술 특허권을 지켜냈다. 상대방이 영업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기술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입증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1부(재판장 김영기)는 지난 2일 대양이엔아이가 전 직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이전 등록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양이엔아이는 ‘축열식 산화 연소장치(RTO)’ 설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RTO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필름 등의 제조·작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고온에서 산화시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대기오염 방지 설비를 일컫는다.
대양이엔아이는 RTO 설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로터리 윙’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안 유지를 위해 특허 출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별안간 A씨가 2018년 3월 이 기술에 대해 본인 명의로 특허 등록을 했다. 대양이엔아이에서 퇴사해 경쟁사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대양이엔아이는 “우리 회사의 기술 자료 등을 도용했다”며 특허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양이엔아이는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양이엔아이의 자료를 반출·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YK는 항소심에서 A씨의 발명 능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전략을 폈다. 경력의 대부분을 기술 영업부에서 보낸 A씨가 RTO 설비의 도면 설계 업무를 맡은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A씨가 발명 과정에서 참고한 실험 데이터와 연구 자료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지 못한 부분도 파고들었다.
반면 대양이엔아이는 150쪽에 달하는 ‘개발 노트’를 증거로 제출하며 기술의 원천성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영업직인 피고(A씨)가 이 사건 특허발명을 완성하면서 아무런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피고는 스스로 기술적 사상을 창작한 자가 아니라 (타인의 발명을) 도용해 특허등록을 받은 자라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양이엔아이를 대리한 김동섭 YK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사진)는 “기술 유출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침해당한 특허권을 진정한 권리자에게 온전히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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