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젤(경유) 가격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세계 2위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대거 가동을 멈추면서다. 중동 정세 불안과 계절적 성수기가 맞물리며 유럽을 중심으로 물량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시장에선 지난 6월 ‘항공유 대란’에 이어 ‘디젤 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업계는 글로벌 석유 제품 공급망 우려가 시장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원유 수송에는 숨통이 트였지만, 정작 이를 정제할 설비가 부족해졌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정제연료 생산량이 중동전쟁 발발 전보다 10% 가량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디젤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은 건 러시아의 수출 통제 조치 때문이다. 하루 평균 약 80만 배럴(전 세계 수출량의 12%)을 수출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최근 두 달간 최소 19곳의 정제설비에 타격을 받았다. 결국 러시아 정부는 자국 내 공급량 확보를 이유로 지난 9일 디젤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시장에선 올해 초 불거진 ‘제2의 항공유 대란’ 같은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에도 러시아가 항공유 수출을 연말까지 중단하면서 글로벌 물량 확보전이 펼쳐졌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한국산 제품 확보에 뛰어들며 ‘부르는 게 값’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글로벌 경쟁국은 러시아의 빈자리를 꿰차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부터 항공유·디젤·휘발유 수출을 재개했다. 미국 역시 자국 내 중간유분 재고를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까지 대(對) 유럽 수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 정유업계는 이러한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속앓이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한국의 경유 수출량은 1270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7.9% 줄었다. 정부가 국내 물량이 해외로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제품 수출량을 전년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럽에서 디젤 공급 문의가 들어와도 수출 제한에 막혀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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