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석남동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밤샘 진화 작업에도 이틀째 이어졌다. 건물 내부에 쌓인 가연성 물질과 시야 확보 어려움으로 소방대원 진입이 제한되고 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반경 1㎞ 일대에 매연과 분진이 확산하면서 인근 주택가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7층까지 번졌다. 적재 선반이 무너지며 바닥을 강하게 충격하는 소리와 고열에 노출된 콘크리트에서 발생한 폭열 현상이 겹치며 현장에서는 굉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어제는 ‘쾅쾅’ ‘쿵’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 나 가게 아크릴 매대가 흔들릴 정도였다”며 “가게 방향으로 연기가 많이 들어와 불길이 빨리 잡히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과 정확한 발화점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물류센터 내부에는 8m 안팎의 3단 적재 선반에 가연성 생활물품이 가득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층에서 근무했던 일부 직원은 이런 적재 구조 탓에 스프링클러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고 평소에도 작업 중 타는 냄새가 나거나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배연·방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물류센터 외벽 일부와 램프 구간(화물차량 출입로)을 파쇄하는 작업에 나섰다. 철거 작업 이후에도 건물 내부 열이 식지 않아 대원들은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화재 현장 인근인 석남동 일대에서는 차량 창문을 닫은 채 이동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장 700m 거리에 거주하는 박영호 씨(60)는 “연기가 집 방향으로 오면서 머리와 목이 아파 아내와 강아지를 처형 집으로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2021년 쿠팡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인명 피해 규모를 제외하면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당시 소방관 1명이 순직했고 이번에도 소방관들이 잇달아 탈진하는 등 현장 대응 인력의 피해가 이어졌다. 당시 초진까지 55시간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물류센터 진화 작업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년 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만 맞추는 데 그친 탓”이라며 “층고가 높은 물류창고 특성상 같은 층 내에서도 선반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창고 구조에 맞춘 안전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소방활동 지원과 관계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쿠팡은 “소방관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진화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인천=김영리/권용훈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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