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2의 하이닉스' 시험대 오른 SK텔레콤

입력 2026-07-19 17:41   수정 2026-07-20 00:12

“인공지능(AI) 센터에서 규모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모델을 해외 빅테크에 의존하면 한국의 역할은 ‘부동산 임대업’에 그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천문학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계획을 두고 한 AI업계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기대와 걱정이 반씩 섞인 목소리였다. SK텔레콤은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을 최대 15GW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같은 해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예상 용량(78GW)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사업 추진을 위해 최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I 데이터센터 통합추진단’을 신설해 그룹에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한데 모았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에너지 계열사의 전력 인프라를 더하면 해외의 그 어느 통신사도 갖지 못한 조합이 완성된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단순히 몇 GW의 시설을 보유했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부지와 전력을 확보한 뒤 수만 개의 GPU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가동하고, 여기에서 생산한 토큰과 AI 서비스를 글로벌 고객에게 판매해야 비로소 하나의 완결된 사업 모델이 구축된다.

현재 국내 기업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는 부지와 전력 공급, 건설·운영 경험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최신 GPU, 연산 능력을 실제 상품화할 AI 모델, 글로벌 고객 관계망은 미국 빅테크가 쥐고 있다. 임대료와 전력 수익을 챙기더라도 GPU 사용료와 추론 서비스, 토큰 판매 마진은 ‘남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그룹 차원에서 거론되는 투자 규모만 약 1000조원이다. 수익 구조가 불명확하면 이 막대한 자금을 댈 투자자도, 시설을 채워줄 장기 고객도 잡기 어렵다. 전 세계에서 건설 계획이 쏟아지면 인프라가 과잉 구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SK텔레콤은 매출 대부분을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내수 기업에 머물렀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도전이다. SK그룹에는 선례도 있다. 만년 2위 메모리업체였던 SK하이닉스는 HBM이라는 변곡점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핵심 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존의 관성을 넘어서려는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 사례다.

15GW 데이터센터가 빅테크의 토큰 공장을 떠받치는 ‘전력 임대업’에 그칠지, 한국을 아시아 AI 허브로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지는 SK텔레콤의 사업 전략에 달렸다. 동시에 내수 기업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기도 하다. SK그룹에서 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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