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초고압 변압기에 들어가는 구리 선을 감는 작업이나 반도체 웨이퍼를 감싸는 석영유리 공정은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밀리미터(㎜) 단위의 미세 감각이 필요하다. 오랜 경험을 지닌 숙련공의 체화된 노하우와 현장의 ‘암묵지’(말이나 문서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 등이 중요한 영역이다.
지금 전력기기 업계는 AI 붐에 힘입어 수주가 밀려들면서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 인력이 모자라 정년퇴직자까지 다시 불러들이는 실정이라고 한다. 고숙련 현장직을 뜻하는 ‘네오블루칼라’의 몸값은 치솟고 있지만,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청년 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 명을 넘겼다. 이들 가운데 64%는 2030세대에 집중됐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AI의 일자리 대체 흐름 속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도 못한 무경험 청년 실업자가 늘고 있다.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기술직은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일자리 선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는 게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처우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숙련공의 노하우는 단기간에 문서로 배울 수 없고 철저한 도제식 교육과 현장 경험이 필수적이다. 은퇴하는 숙련공이 점점 늘어나면 K제조업의 핵심 자산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청년들을 고숙련 인재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책적 지원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입 인력을 선발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도화된 기술 교육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 청년들을 네오블루칼라로 육성하는 것은 극심한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대안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계의 해자(垓字)를 지키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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