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왜 안되나 … 인허가·돈줄·거래 막히자 '공급 생태계' 붕괴

입력 2026-07-19 17:54   수정 2026-07-20 00:53

'닥공' 왜 안되나 … 인허가·돈줄·거래 막히자 '공급 생태계' 붕괴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닥공’(닥치고 공급)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가 공급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아직 실질적인 ‘공급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주택 공급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 사업성 검토, 자금 조달, 착공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공급 부족을 단순히 물량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비아파트를 활용해 급한 불을 끄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 인허가 - 시대에 뒤처진 도시계획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벽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시계획 제도다. 도시 공간을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등으로 구분하는 현행 용도지역제는 1962년 마련된 도시계획법을 근간으로 한다. 2003년 국토계획법 개정으로 용도지역을 세분화했지만 기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상업지역에서는 전체 면적의 10% 이상을 비주거시설로 채우도록 돼 있다. 오피스와 상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허가 절차도 공급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획일적 주차장 기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행정심의, 늘어나는 민원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업계에서는 주거·상업·공업의 경계를 허무는 ‘한국형 복합용도구역’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관된 인허가·심의 기준을 마련해 사업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 금융 - 돈줄 막히면 공급도 막혀
한쪽에서는 공급 확대를 외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급의 필수 조건인 돈줄을 죄고 있다. 사업성이 확보돼도 자금 조달이 막히면 공급은 현실화할 수 없다.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23년 말 231조1000억원에서 올해 3월 169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목표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부동산시장은 ‘돈맥경화’(자금경색)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PF 심사 체계를 사업성 중심으로 개편하고, PF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적용하는 등의 창구 지도보다는 일관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요 전망과 가격 구조, 공사비, 리스크 시나리오 등을 포함한 표준 사업성 평가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상시 PF 관리체계를 구축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3) 착공 - 마지막 벽, 착공이 멈췄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인허가를 마치고도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정비사업지는 70개 구역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조합 내 갈등과 더불어 과도한 공공기여와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사업성을 낮추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재개발은 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 공급해야 하고, 재건축도 추가 확보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정부는 공공의 임대주택 매입가를 기본형건축비의 80% 수준으로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3.3㎡당 공사비를 1000만원으로 가정할 때 여전히 시세의 59% 수준에 그친다.

공사비 분쟁을 풀기 위한 제도 보완도 시급한 과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최소한의 사업 자금 흐름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 분양 - 줄어든 비아파트·민간 임대
지난해 인허가 기준 서울의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은 2022년의 3분의 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인허가 감소폭(-16.4%)을 크게 웃돌았다. 비아파트는 사회초년생과 1인 가구 등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된 배경으로 수요 감소를 꼽는다. 비아파트 주요 매수층인 다주택자가 시장에서 이탈했다. 노후 대비를 위한 월세 수익 등을 목적으로 비아파트를 사들이던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 산정에 따른 취득세 중과와 대출 규제 등 각종 제약에 신규 매입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서울 전·월세 공급의 약 80%는 민간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가 담당한다. 분양 물량을 흡수해 안정적인 장기 전·월세 주택으로 공급하는 민간 임대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5) 유통 - 실거주 의무로 위축된 거래
부동산시장은 공급과 수요, 거래가 맞물려 움직이는 구조다. 거래가 원활해야 기존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고, 주택 시장의 순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신규 공급 부족 속에 기존 아파트 거래까지 위축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취득세, 양도소득세 중과에 더해 지난해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됐다. 세금을 통한 간접 규제를 넘어 직접적인 거래 제한으로 1주택자까지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병천 명지대 겸임교수는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공급 수치’에만 집중해서는 시장에 실질적인 공급 시그널을 주기 어렵다”며 “다주택자 거래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기존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도록 다양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유오상 기자 yjle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