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핵심기술 해외 유출 대응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92.5%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은 62.6%로 과반이었다. 핵심 기술이 유출됐을 때 가장 우려되는 피해로는 ‘추격 국가와의 기술격차 축소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53%), ‘국가 안보 및 공급망 안정성 위협’(19.5%), ‘점유율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16.4%)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반도체, 2차전지 등과 관련한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핵심 기술 해외 유출이 적발된 사례는 33건으로 9건이던 2021년보다 약 네 배로 증가했다. 정부는 2020년 이후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발생한 국가 경제 피해를 23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전직 연구원이 2016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넘긴 뒤 CXMT는 세계 네 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2022년엔 SK하이닉스의 중국인 직원이 반도체 연구자료를 중국 업체로 무단 유출한 사건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의 90.7%는 기술 유출범 처벌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범죄로 얻은 이익보다 벌금 또는 몰수액이 더 크도록 경제적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90.6%에 달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비용 몰수 및 추징 대상을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출된 기술의 가치 산정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이 법원에서 피해 금액을 제대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2023년 기술 유출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 496건 중 기업 또는 개인의 피해액을 인정한 판결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총 관계자는 “국민 다수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국가 경쟁력과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기술 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 법안 도입 등 신속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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