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해외서 24시간 원화 거래한다

입력 2026-07-19 17:50   수정 2026-07-20 00:37

앞으로 외국인이 현지 은행에서 원화 계좌를 개설해 다른 외국인과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원화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끼리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깔아주기로 했다. 외국인의 원화 거래 편의성을 높여 원화 자산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해외 은행에서 원화 거래
정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모든 외환정책의 기저에는 위기 예방이 깔려 있었다”며 “이제는 원화 국제화로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글로벌 외환 거래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2월 1.8%로 세계 12위다. 달러가 89.1%로 압도적 1위이며 유로화(28.5%), 엔화(16.9%), 파운드화(10.2%), 위안화(8.6%) 등이 뒤를 이었다. 전 세계에서 100건의 외환 거래가 발생하면 그중 89건에 달러가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외환 거래는 두 개의 통화가 한 쌍을 이뤄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 비중의 합산은 200%로 표현된다. 정부는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원화의 국제적 통용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종전까지 새벽 2시에 끝나던 외환시장을 이달 6일부터 24시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년 1월부터 매매기준율 산정 방식도 글로벌 기준으로 변경한다. 오전 9시~오후 3시30분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가중 평균하는 방식(MAR)에서 오후 4시 전후 2분30초 동안 이뤄진 거래 중 일부를 추출해 평균하는 방식(TWAP)으로 바뀐다.

오는 8월부터는 ‘역외원화결제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간 원화 거래를 제한 없이 허용한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은 일정 요건을 갖춰 재경부에 등록한 해외의 외국 금융기관이다. 예를 들어 미국 자산운용사는 뉴욕에 있는 JP모간체이스은행에 원화 계좌를 열고 한국 채권 투자금을 원화로 예치·보유할 수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가 한국 협력업체의 부품을 구매하면서 자국 내 은행에 보유 중인 원화로 대금을 지급·결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간 원화 거래의 최종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역외원화결제망’을 신규 구축해 9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내년 1월부터 24시간 가동한다. 이 국장은 “지금은 외국인이 원화 주식과 국채에 투자할 때 자국 낮 시간, 한국의 밤 시간에는 환전할 수 없다”며 “이런 제한을 없애는 것이 원화 국제화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수요·공급 확대
원화와 해외 통화 간 직거래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요 교역국과 자국 통화로 수출입 대금을 지급하는 현지통화직거래(LCT)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은 현지 은행에 현지 통화 계좌를 개설하고, 현지 은행은 국내 은행에 원화 계좌를 열어 양국 수출입 기업이 각각 자국 통화로 직거래하는 체제다.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무역금융도 늘릴 계획이다. 한은이 스와프라인으로 상대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공급하면 상대국 중앙은행은 자국 은행을 통해 수입업자에게 원화를 대출하고, 한국 수출업자에게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해외 정부와 방산·원전 등의 구매 계약을 맺을 때 원화를 활용하면 수출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거래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일규/남정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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