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은 301조 관세는 강제노동 관련 관세다. 한국 중국 등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들 국가에 일률적으로 10~1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수입품의 99%에 대한 관세율을 현재 글로벌 관세(1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해당 국가들이 강제노동 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논리는 빈약하다. 실제 강제노동 사례가 다수 보고된 중국과 다른 나라들을 무차별적으로 다루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강제노동 상품 유통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약에 서명하는 등의 방식으로 향후 관세를 없앨 수 있는 만큼 국가별 관세를 도입하기 위한 제2의 ‘징검다리 관세’가 되기에는 적절하다.
공급과잉 관세는 한국 등 16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과잉 생산’이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연어가 많이 잡히는 점을 들어 무역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거나, 실제로는 미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싱가포르를 흑자국으로 분류한 오류 등이 포함된 부실 보고서지만 트럼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서비스 등 분야의 비관세장벽 문제를 주제로 하는 301조 조사를 추가로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전개 양상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가별 301조 관세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국 상황에 맞춰 관세율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명분과 절차가 필요한 만큼 국가별 최종 관세율 발표는 좀 더 늦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등 사실상 모든 것을 관세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3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한 대신 미국으로부터 관세율을 최고 15%로 묶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301조 조사 등의 결과 이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측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지속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 정부부터 대중관세에 활용된 301조 관세는 한 번 도입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 대신 상호관세처럼 수시로 세율을 바꾸기도 어려운 구조다.
이런 관세 정책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재건 목표가 실현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2017년 1분기에 이 비중은 10.7%였지만 지난 1분기에는 9.4%로 내려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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