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든돔 계측선 따내고 블록 생산까지…트럼프 '황금함대' 올라탄 K조선

입력 2026-07-20 07:56   수정 2026-07-20 08:32

美 골든돔 계측선 따내고 블록 생산까지…트럼프 '황금함대' 올라탄 K조선




미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전력 증강 사업 ‘황금함대(Golden Fleet)’ 프로젝트가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애스펀안보포럼(ASF)에서 확인된 미국의 기류는 명확했다. 미 정계는 이제 동맹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자국 제조 기반을 보완해줄 ‘필수 파트너’로 규정하고 있다.

조선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붕괴된 공급망을 복구하려는 미국이 한국의 건조 역량을 ‘수혈’하려 하면서, 국내 조선 ‘빅2’(HD현대중공업·한화오션)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핵심은 ‘단계적 침투’다. 미 해군 함정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이라는 강력한 규제에 묶여 해외 건조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하지만 숙련 인력과 설비가 고갈된 미국은 자력으로 함대 재건이 불가능한 처지다.

CSIS(전략국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 미만에 불과하며, 핵추진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단 두 곳뿐이다. 사실상 공급망이 멈춰 선 미국이 한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는 이를 미국 시장 진출의 핵심 교두보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사업을 수주하며 그 성과를 증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 따낸 첫 계약으로,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을 지원하는 비전투 선박 건조를 맡게 된 것이다.

민간 상선 위주였던 필리조선소를 인수 1년 7개월 만에 안보 관련 선박 건조의 핵심 기지로 격상시킨 것이다. 한화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향후 미 해군 함정 건조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잠수함을 비롯한 전투함 시장까지 진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HD현대는 ‘현지 밀착형 협업과 리스크 분산’을 택했다. 생산 거점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현지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실리 노선을 취하는 모습이다.

HD현대는 지난 19일 미국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키윗(Kiewit)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키윗의 현지 인프라와 HD현대의 조선 기술을 결합해 공동 건조와 블록·모듈 공급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가능성은 열어두되, 당장은 미국 현지의 낮은 생산성과 노무 환경 등 잠재적 리스크를 피하며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을 두고 ‘한국식 효율의 현지 이식’을 위한 서로 다른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홍석환 HD현대 미국법인장이 최근 ‘한미 조선협력 전략대화’에서 현지 생산성 문제를 짚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현지 인력으로는 한국의 공정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하고, 한화는 시스템의 직접 통제를, HD현대는 현지 역량과의 유기적 결합을 택한 것이다.

K조선의 미국 진출은 ‘한국의 건조 기술’과 ‘미국의 로컬 인프라’라는 두 변수를 어떻게 최적화하느냐는 방정식으로 귀결된다.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비전투함 건조 예외 조항이 통과될 경우, 양사의 이러한 진출 시나리오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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