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인프라 투자자들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확산으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수도권 전력 공급은 제한되면서 전력과 인허가를 확보한 사업의 희소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글로벌 자산운용·인프라 기업 케펠은 케펠데이터센터펀드 3호를 통해 경기 안산의 60㎿급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사업 부지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의 지분 약 73%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2004년부터 국내에서 서울 도심 오피스와 폐기물 처리 인프라 등을 운용해온 케펠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총사업비는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다른 글로벌 자본도 전력과 인허가를 갖춘 개발사업을 조기 선점하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가비아와 향후 4~6년간 약 6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국내에 100㎿ 이상의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첫 사업은 안산의 40㎿급 시설이다. 미국계 스톤피크가 투자한 디지털엣지도 안산에서 90MVA 규모의 전력을 확보한 부지를 인수해 60㎿급 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을 끌어당기는 핵심 요인은 수도권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이었지만 최종 공급 가능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에 그쳤다. 승인율은 1.9%다. 신규 개발사에는 높은 진입장벽이지만 전력을 미리 확보한 사업에는 경쟁 공급을 제한하고 자산가치를 지키는 방어막이 된다.
공급이 막힌 사이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서버 공간 임대료는 2019년 ㎾당 약 14만원에서 지난해 약 25만원으로 80%가량 올랐다. 글로벌 자본은 임대료 상승뿐 아니라 수익의 가시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량 정보기술(IT) 기업과 장기계약을 맺어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추후 기관투자가나 인프라펀드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대형 거래가 이어지면서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도 낮아졌다는 평가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한 하남 데이터센터는 맥쿼리인프라에 7340억원에 매각됐다. 영국계 인프라 운용사 액티스가 개발한 에포크 안양센터도 약 8400억원 규모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안양 거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개발 자본이 조성한 자산을 국내 기관 자본이 인수하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사례가 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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