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시장에 풀리는 자금을 싹쓸이하면서 ‘승자독식’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신규 펀드를 결성하는 운용사 수는 10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중소형 운용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연기금과 공제회의 하반기 출자 사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세계 사모펀드 업계에 대형 운용사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PEF 자금 조달액은 2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액수는 지난해(4470억달러)보다 17%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자금은 소수의 대형 펀드에만 집중되고 있다. 상반기에 자금 모집을 마친 펀드는 310개다. 이 경향이 지속되면 연간 620개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830개)보다 4분의 1가량 줄어드는 수치다. 또한 2024년까지 8년 연속 매년 1000개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다. 특히 1조원(약 1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하는 대형 펀드들이 올해 조성된 전체 자금의 80% 이상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0여 년 사이 가장 높은 비중이다.
FT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를 그 이유로 꼽았다. 높은 금리 때문에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기업 가치 평가액이 낮아졌고, 운용사들이 보유 자산 매각(엑시트)을 미루면서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자금도 줄었다. 대형 로펌 사이드리 오스틴의 에드 갠더 런던 PE 부문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돌려받는 돈이 감소하다 보니 신규 운용사를 살펴보려는 유인도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들어 대형 PEF인 KKR은 230억 달러 규모의 북미 대표 바이아웃 펀드 조성을 마쳤고, EQT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상 최대인 약 160억달러 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업계에서는 신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채 기존 투자 자산만 관리하는 이른바 ‘좀비 운용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다만 소형·특화 운용사들이 완전히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를 필두로 물꼬가 트이면서 그동안 위축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합병(M&A) 시장 전반에 온기가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은/서형교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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