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부터 자식들 종잣돈까지 다 녹았다…개미 '피눈물' [분석+]

입력 2026-07-21 06:30   수정 2026-07-21 09:07

노후자금부터 자식들 종잣돈까지 다 녹았다…개미 '피눈물' [분석+]


올해 상반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전교육 이수자가 전년 동기 대비 19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광풍에 은퇴자의 노후자금과 청년의 종잣돈까지 대거 몰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극심한 증시 변동성 속에 수익률이 반토막 나며 막대한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주식판이 투자시장이 아니라 도박판이 됐다"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미성년자 5000명 넘게 뛰어들었다?…레버리지 투자 동향 보니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금융투자협회 산하 금융투자교육원의 레버리지 기본 교육 이수자는 116만27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만972명과 비교해 약 19배 폭증한 수치다. 지난해 한 해 총 이수자인 20만5911명과 비교해도 올해 상반기 이수자가 6배가량 많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추가로 이수해야 하는 '심화 교육' 수강생도 크게 늘었다. 심화 교육 도입 이후 월별 이수자는 4월 4832명, 5월 40만1001명, 6월 28만4376명으로 나타났다. 심화 교육 도입 직후인 4월 이후 누적 이수자는 69만209명으로,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도 70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별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심화 교육이 도입된 4월부터 이달 13일까지 40대가 21만7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18만9308명, 30대 17만6488명, 20대 8만2172명, 60대 7만339명, 70대 1만499명, 80대 1353명 순이었다. 특히 친권자 동의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한 미성년자 이수자도 5596명에 달했다. 고수익을 기대한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성인뿐 아니라 미성년 투자자에게까지 확산한 셈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며 '개미 무덤'으로 전락했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이후부터 이달 16일까지 약 두 달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16종에 총 13조413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시장별로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6종에 무려 8조5456억원의 뭉칫돈이 몰렸고,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5종에도 4조7211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에 베팅해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인버스 2종에는 총 1466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4조9991억원이 몰린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차지했다. 이어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3조4461억원),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3조757억원), 'TIGER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1조8916억원), 'SOL SK하이닉스 선물 단일종목 인버스2X'(1493억원), 'ACE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986억원) 등 순으로 매수세가 강했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동안 본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은 반토막이 났다.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이 기간 2만7775원에서 1만4585원으로 47.5% 폭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하락 폭(-17.9%)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삼성전자 본주가 16.9% 떨어지면서 41.7% 주저앉았다.

인버스 상품인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와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도 각각 31.1%, 8.9%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0조7040억원, 6조2424억원어치 사들이며 나란히 순매수 상위 종목 1, 2위에 올렸다.

코스피 일중 변동률 6.75%…1987년 이후 사상 최고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주식판이 도박판이 됐다는 투자자들의 원성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 일중 평균 변동률은 6.75%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1987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기존 사상 최고치였던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 6.11%는 물론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5.37%보다 높은 수치다.

일중 변동률은 영업일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중간값)'으로 나눈 값으로, 당일 지수의 평균 대비 변동폭의 비율이다. 이달의 경우 하루에 지수가 움직인 중간값에서 위아래로 평균 3.37% 등락한 셈이다.

올 들어 코스피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20여년간 월별 기준 일중 변동률이 컸던 상위 10위권에 올해만 세 자리를 차지했다. 이달을 포함해 지난달(5.02%), 5월(4.02%)이 10위 안에 올랐다.

코스피 역사상 일중 변동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9회에 불과한데, 이 중 3회가 올해다. 지난 3월 4일 11.42%로 치솟았고, 지난달 23일 11.18%, 이달 13일 10.42%를 기록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16일 87.14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96.94에 마감하며 거래소가 해당 지수를 공식 발표한 2009년 4월 1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작은 잡음에도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들은 명분이 아주 조금이라도 생기면 못 참고 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발 변동성과 순매수 주체의 부재는 지수를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으로 급락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지방선거 전 주가 부양을 위해 '삼전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상품 출시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주식시장은 카지노판처럼 출렁였다"며 "7월에만 삼전닉스 단일종목 ETF로 쏠린 돈이 7조원, 수익률은 반토막 났고 개미들만 피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도박판 레버리지 ETF는 어르신들의 노후 자금, 청년들의 종잣돈, 1400만 개미투자자의 투자금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대참사인데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없고, 사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삼전닉스 두 회사가 시가총액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ETF라고 부를 수도 없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누가, 어떤 목표로 도입해서 이 지경을 만들어 놨는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국회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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