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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20일 6500선까지 밀렸다. 지난달 22일 고점을 기록한 뒤 한 달째 이어지는 조정장에서 투자자의 공포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4.46% 하락해 6516.27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조정장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2일 9114.55까지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까지 하락률은 28.50%에 이른다. 통상 지수가 20% 넘게 빠지면 조정을 넘어 약세장 진입으로 여겨진다. 장기 추세를 판가름하는 120일 선도 이날 처음으로 하향 돌파했다.
투자자의 공포가 극심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은 수조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 대가들에게 긴급 시장 진단을 의뢰했다. 투자 대가들은 “현재의 조정 폭은 과도하다”며 “투자자는 ‘패닉 셀’을 멈추고 달리는 말에서 내리지 말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과도한 공포가 시장 지배

투자 대가들은 이번 조정에 대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목대균 KGCI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하락은 전문가들도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반도체 랠리에 대한 불안감, 외국인의 리밸런싱,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문제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공포’가 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70%, 올해 110% 상승하는 등 단기간 급등한 것이 조정 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는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떨어진 것”이라며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고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겹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진 것이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광욱 더제이자산운용 대표는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증시의 급락 수준은 펀더멘털과 무관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급락한 것은 차익 실현 매물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강자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부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과 이익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주가 급락했지만 우려는 과대 포장됐다고 본다”고 했다.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이익 컨센서스 하향 조정도 일시적인 이슈로 봤다. 목 대표는 “이번 어닝 쇼크론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상승 폭이 범용 메모리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라며 “2분기에는 단기적으로 이익이 둔화할 수 있겠지만 SK하이닉스가 장기공급계약(LTA)을 얼마나 맺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분기 가격이 조정됐지만 3분기에는 상승한 계약가가 반영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LTA 확대는 구조적으로 가치 재평가가 가능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증시가 6500선까지 밀린 것은 중국 인공지능(AI) ‘키미 K3’ 발표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가 반영됐다는 시각이 많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중국산 AI 모델이 미국 모델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AI산업이 기술 고도화 경쟁보다 가격 경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 경우 미국 빅테크의 수익성과 AI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투자 대가들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면서도 과도하게 우려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등장했다는 것은 경쟁 구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장기적인 악재가 맞다”면서도 “현재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주 펀더멘털 여전히 견고
그간 랠리를 주도한 반도체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견고했다. 김영민 대표는 반도체 외 종목을 사야 하는지 묻자 “바벨 전략으로 금융주를 담을 수도 있겠다”고 운을 뗐지만 주도주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건 ‘상승장이 끝났느냐’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꺾이면 상승장도 끝나는 것”이라며 “주도주가 가장 마지막에 꺾이고 나면 나머지 종목도 다 같이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최 대표는 “수출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의 강점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200%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가 166조원인데 대부분인 123조원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이 차지한다”며 “반도체를 필두로 한 대형주 중심의 펀더멘털 장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과 관련한 노이즈는 있지만 단기 이슈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 빅테크에 달린 코스피 반등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 수준이 이번 조정장의 저점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지수 레벨로 보면 저점에 온 것으로 보인다”며 “기간으로 보면 조정이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최 대표는 “이미 과매도 구간에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5천피’를 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안 대표는 “5000~6000 사이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 등 국내 증시의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지수가 더 떨어지더라도 5000선이 깨지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태홍 대표는 “지수가 반등하려면 트리거가 필요하다”며 “이달 말까지 발표되는 빅테크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은 빅테크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올 가능성까지 선반영한 수준”이라며 “일부 빅테크 실적이 안 좋더라도 다음달부터 반등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높은 이익 증가율이 코스피지수 반등을 이끌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 대표는 “지수가 다시 오르기 위해선 반도체와 관련한 노이즈가 실적으로 해소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280%로 세계 평균(27%)의 10배가 넘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고점인 9천피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영민 대표는 “반등에 성공하면 당연히 전고점을 뚫겠지만 초반엔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가 쓰라린 경험을 한 만큼 주가가 오를 때마다 파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영민 대표는 “이런 흐름이 진정되고 자신감이 회복되면 속도가 붙으면서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올해 4분기를 9천피 회복 시점으로 꼽았다.
김태홍 대표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은 반등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할 때”라며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전고점을 뚫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 비중 확대해야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패닉 셀’을 가장 경계했다. 김영민 대표는 “지금은 강세장 안에서 나타난 조정”이라며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불안해서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상승은 기다린 사람의 몫’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목 대표는 “이 국면에서 필요한 건 불안정한 장을 버틸 수 있는 ‘생존력’”이라며 “많이 빠졌다고 레버리지 투자를 하거나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혀 전량 매도하는 것은 냉정한 판단이 아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현금이 있다면 분할 매수에 나설 때’라는 조언이 많았다. 강 본부장은 “변동성 장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늘리되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격한 하락으로 물린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주가가 소폭 오를 때마다 차익 실현 욕구가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강 본부장은 “기회가 오면 차익을 실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홍 대표는 미국 주식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반도체주는 다시 상승한다고 해도 연말을 지나면서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미국 빅테크 주가는 별로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진규/양지윤/오현아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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