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착공 지연은 공사정지 아냐…LH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26-07-20 18:42   수정 2026-07-21 00:54

대법 "착공 지연은 공사정지 아냐…LH 배상책임 없다"

건설사가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착공이 지연돼 손해를 봤더라도 계약서상 ‘공사 정지 지연배상금’ 규정을 근거로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착공 지연’과 ‘착공 후 공사 정지’는 계약상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사 등 건설사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건설사들은 2009년 12월 LH와 경기 화성 국도 확장·포장 및 지하차도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착공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LH의 사업부지 확보 등 절차가 지연되면서 공사는 약 5년8개월 뒤인 2015년 8월에야 시작됐고, 2021년 6월 마무리됐다.

원고들은 이 기간에 LH의 책임으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만큼 계약서상 ‘공사 정지 지연배상금’ 조항을 적용해 1875일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은 LH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공사 정지 기간이 60일을 초과하면 일정 금액의 지연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쟁점은 계약서상 ‘공사 정지’에 착공 지연까지 포함되는지였다. 1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발주처 사정으로 착공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공사가 중단된 것과 경제적 효과가 같아 지연배상금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착공 지연과 착공 후 공사 정지 모두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늦게 받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봤다.

2심은 계약 문언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공사 정지는 착공한 공사가 중단된 경우를 의미하는 만큼, 애초에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착공 지연과는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발주기관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공사가 정지된 경우 계약 상대방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약정”이라며 “도급인에게 지연배상금 지급 책임을 부과하는 만큼 적용 요건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조항은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착공 자체가 지연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수급인은 착공 지연을 이유로 계약기간 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해석이 수급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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